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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가 한국 학생들의 인도네시아 진출 및 현지 인턴교육을 위해 교류 협정을 맺은 UNM대.
중국 어학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신라대 학생들이 톈진 고문화 거리를 탐방했다.
국제학부 소속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간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MT 장면(2015년 5월1일, 통영에서).
부산광역시의회 주최의 ‘2102년도 대학생 모의의회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신라대 국제학부 학생들.
신라대 국제학부 국제관계학 전공에는 아주 특별한 수업 방식이 있다. 학생들은 강의에 들어가기 전 3분 정도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일종의 준비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경태 교수(국제학부장)는 명상을 인도하면서 “눈을 뜨면 세상이 보이지만, 눈을 감으면 너 자신이 보인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너 자신임을 인지하라”고 나지막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수선하던 강의실 분위기도 이내 조용해진다. 학생들은 명상이 끝나면 차분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한다. 명상수업은 2013학년도부터 시작됐다. 이제는 학생들이 수업을 마칠 때도 명상을 하자고 요청할 정도다.
“명상을 짧게라도 하고 나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여유로움을 가지게 되고 학업에도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효과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서울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 비해 소외감이나 열패감을 느끼기 쉽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에 앞서 이런 감정을 치유하고 스스로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강 교수의 신념이다.
그 때문일까. 실제로 올해 부산에 있는 신라대 국제학부로 아들을 ‘유학’ 보낸 서울의 한 학부모는 “방학 때 집에 온 아들이 고교시절과 달리 자신감을 갖고 성격도 밝게 변한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단 강 교수만 ‘특이하게’ 수업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관계학 전공 교수들은 “우리 전공은 공부를 잘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가르치는 전공”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부연하자면 성적 위주의 교육 방식이 아닌 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진취적이고 합리적 리더의 자질을 길러주는 게 국제관계학 전공의 목표라는 뜻이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려면 일단 국제학부로 입학해야 한다. 학생들은 1년간의 전문 영역 탐색기간을 거쳐 2학년부터 국제관계학 전공, 일어일본학 전공, 중어중국학 전공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학부 내에 한국학 전공도 있지만 이는 외국인들을 위한 과정이다.
물론 국제관계학 전공이 학생들의 마인드 교육을 중요시한다고 해서 교과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관계학 전공은 미국, 유럽, 동남아 섹터로 나눠 지역 전문가 출신의 전임 교수 5명이 학생들을 지도한다. 교수들은 ‘1인 1지역 1언어 전문가’ 양성이란 목표 아래 글로벌 전문지식과 국제역량을 갖춘 동량을 길러내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학교 측의 지원도 남다르다. 국제학부는 해외의 다양한 대학과 자매결연을 하고 학생들에게 해외 경험의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학부만 별도로 5000만 원의 기금을 확보해 향후 5년간 매년 1000만 원씩 장학금 형식으로 지급해 학생들의 해외 경험을 도울 예정.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3명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자매결연 대학에서 어학연수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해외 경험을 했다. 장학금으로 자매결연 학교인 필리핀 라샬대에 연수를 한 윤보경 씨(3학년)는 “필리핀 어학연수를 통해 영어 실력이 늘었고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체험은 해외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신라대 국제학부 한국학 전공 과정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의도적으로 이들 유학생과 한국학생들의 친목 모임을 자주 열어 영어로 의사소통도 하고 문화적 교감도 나누도록 권장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의 당쾅쿠엣 씨는 “신라대 국제학부에 입학해 한국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로 글로벌 체험을 한 국제관계학 전공 졸업생들은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강 교수의 말. “젊은이들이 졸업을 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는 국내에 있느니 해외에 나가 일자리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지금 동남아 시장은 과거 80년대의 한국처럼 일자리가 많다. 게다가 동남아에 부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출신들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취업에 유리한 조건이다.”
졸업생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신라대 국제학부가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곳이 동남아시아 지역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다. 인구 2억5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大國)인 인도네시아는 현재 한국 기업이 4000여 개나 진출해 있을 정도로 시장이 큰 나라다. 수도인 자카르타에만 롯데마트가 40개 있을 정도. 이런 인도네시아를 학생들의 진출 거점으로 삼기 위해 신라대는 올 5월 29일 인도네시아 땅그랑에 위치한 UMN(Universitas Multimedia Nusantra)대학과 협약을 맺고 ‘신라-UMN 한국센터’를 개설했다. 센터 개설에 견인차 역할을 한 강경태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다음 세대에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변해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인도네시아 전문가가 없다. 한국센터는 인도네시아 전문가를 양성하는 중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아시아의 섬유산업 메카로 자리 잡고 있고 세계적인 기업도 공장을 세울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다. 신라대 해외취업프로그램으로 이곳으로 와 중소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한다는 점이 다소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선택을 잘했다고 본다. 이곳에서는 물가가 싸 신입사원에게 집도 주고 기사가 딸린 차도 내준다. 월급도 한국 못지않아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신라대 출신 학생들을 선호해 현재 인턴이나 정식 취업 형식으로 100여 명이 진출해 있다.
일찌감치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내다본 강경태 교수는 자신의 아들과 딸 모두 인도네시아 전문가로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큰딸인 현지 씨(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는 성장잠재력이 무한대인 인도네시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인도네시아 국립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고, 아들 기호 씨(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1학년)도 부전공으로 인도네시아어를 선택해 내년에 1년간 인도네시아로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처음에는 ‘웬 인도네시아?’ 하면서 반발하던 아이들이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고 100세 시대라는 먼 미래까지 생각해보면 인도네시아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제학부 국제관계학 전공 학생들은 졸업 후 해외 취업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활동한다. 국내에서는 항공직, 무역직, 서비스직 순으로 취업률이 높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2012년 62%, 2013년 74%, 2014년 77.4% 등 해마다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제관계학 전공 학생들이 학부 시절 닦은 리더십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모의 시의회 대회’. 매년 부산 지역의 주요 8개 대학이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을 주제로 의원들의 회의 모습을 재현하는 대회다. 총 15번의 경연대회에서 신라대 학생들은 우승 2번, 준우승 13번을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2015학년도부터 학부제로 변경된 신라대 국제학부의 입학 정원은 116명(2015년 기준). 수시에서 90명을 뽑고, 정시(나군)에서 26명을 선발했다. 수시의 일반고 전형은 평균 4.4등급(최종합격자 교과 등급)이었고 정시는 평균 4.7등급이었다. 전형 방법은 교과성적을 주로 반영했다.
부산=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