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현·산업부
포스코가 1968년 창립 후 처음으로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기자는 ‘핵심’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50주년을 3년 앞둔 시점에서 2018년 비전조차 밝힐 수 없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그간 포스코 회장들은 박태준 회장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니 포스코는 “혁신은커녕 임원들이 누구에게 줄을 댈지만 고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R에서 창사 50주년 대신 2017년의 목표를 제시한 것은 그해 말 있을 차기 대선을 의식했다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R에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스코가 지배구조를 바꿔 일관된 경영철학과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길 기대하는데 이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하자 권 회장은 “어떤 지배구조가 좋은지는 최종 결론을 못 냈다”고 답했다.
근본적인 과제가 남았지만, 어쨌든 포스코는 이번 쇄신안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다만 국내 계열사 수를 현재(6월 말 기준) 48개에서 2017년까지 22개로 줄이겠다는 ‘목표의 늪’에 빠져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해한다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16일 포스코 주가는 20만3500원으로 쇄신안이 발표된 전날보다 2.6% 하락했다. 포스코의 쇄신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닐까.
강유현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