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을 바로잡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해수욕장 사용료와 그 징수 절차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해야 한다. 사진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늘어난 해운대 해수욕장 인파.동아일보DB
[贊]바가지요금, 자정만으로는 못막아
김향란 한국소비자연맹 부산·경남 회장
하지만 이렇게 해서 국내를 여행지로 정해도 문제가 남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관광지에서의 각종 바가지요금이다. 비용을 줄이려고 선택한 국내여행이 자칫 ‘바가지여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 상행위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행정기관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지도 및 단속을 했다. 한국소비자연맹 부산·경남도 2006년부터 4년간 부산지역 해수욕장의 이용 및 편의시설, 피서용품, 숙박업소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했다. 공시된 가격과 소비자가 실제로 이용할 때의 가격을 비교 조사함으로써 부당한 요금 책정 및 징수에 대한 감시활동을 수행하고 소비자의 불편사항을 점검해 바가지요금 근절 및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2006년만 해도 공시가격과 실제 판매 및 대여 가격은 많은 차이가 났다. 파라솔을 예로 들면 공시가격이 5000원이었으나 실제로는 7000∼1만 원에 대여됐다. 튜브는 공시가격이 3000원이었으나 실제론 5000원, 비치베드는 5000원이었으나 실제로는 1만 원, 남자수영복은 2000원이었으나 3000∼5000원, 돗자리는 2000원이었으나 5000∼1만 원에 대여되고 있었다.
2007년에는 일부 민영주차장이 주차요금을 전년보다 50% 이상 인상한 곳도 있었다. 어떤 주차장은 주차요금을 시간당으로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루에 2만∼3만 원을 받았다.
현재는 이런 렌털용품에 대해 적어도 부산 지역에서만큼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해수욕장이 그렇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휴가철 해수욕장의 바가지요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개인 파라솔 금지’, 근거 없는 ‘자릿세’ 요구, 공시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파라솔 및 평상 대여료’, 고무튜브에 바람을 넣어 주면서 ‘전기요금’ 명목으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해수욕장은 한 해로 문을 닫는 게 아니라 해마다 개장한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합리한 바가지요금이 계속된다면 피서객들이 다시 방문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바가지요금에 대해 법적 규제가 이뤄진다면 거래 행위가 성숙해져 사업자와 소비자 간 상생이 이뤄질 것이고 이는 ‘고품격 명품 해수욕장’과 관광대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한철 장사’를 노린 해수욕장의 비정상적 바가지요금은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反]규제 조례, 관광활성화 독 될 수도
최도석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해수욕장은 외국 해수욕장과 풍경이 많이 다르다. 외국이라면 호텔이 자리 잡았을 해수욕장 주변에 대기업들이 지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해수욕장 배후 고층건물이 바다 조망권을 독점하고 해안 스카이라인을 훼손해도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많은 문제 가운데 바가지요금은 특히 심각하다. 숙박시설의 예만 보더라도 성수기 요금은 평상시의 2∼3배에 이른다. 이런 바가지 상혼은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해수욕장의 관광상품화를 위한 업체의 자발적인 노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양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이 부족하고 해양관광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관광마인드가 미흡하다. 해수부가 전국 354개 해수욕장의 이용·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만든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도 ‘관광’이라는 글자를 찾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해양관광은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 행정의 사각지대가 됐다. 부처 간 상호 협력체계도 미진하다. 지방의 해양도시도 공유수면과 연안관리가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양관광에 관심이 크지 않다.
그 결과 현재 해수욕장을 비롯한 해양관광의 경제적 가치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내륙 지역의 전시·회의 산업과 극히 한정된 포상관광의 융합용어인 마이스(MICE) 관광에만 다걸기(올인)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펼쳐지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해수욕장 식음료, 파라솔 등 편의시설 운영을 관광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관변단체가 맡고 있는 게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자율 경쟁과 서비스 경쟁을 앞세우지 않는 번영회, 청년회 등 공익단체를 내세운 각종 자생단체가 해수욕장 편의시설을 독점 위탁 운영하고 있어 고질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시설의 재위탁 운영, 비위생적 식음료 관리, 백사장의 과다한 파라솔 설치 등의 행위로 해수욕장의 관광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해수욕장의 가치와 매력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이 없어지지 않고 고질화하면서 피서객들은 외국의 해양관광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정부가 해수욕장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파라솔 등 해수욕장 편의시설 이용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례 제정은 근본 해법이 아니다. 관광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지역 관변단체가 독점한 편의시설 영업구조 개선이나 해수욕장 영업 업체의 서비스 경쟁 유도 등 근본 해법을 놔두고 이용요금만 단편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서비스 수준을 획일화하고 관광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해외여행 발길을 국내로 되돌리려면 바가지요금 근절 명분을 앞세운 단편적 규제보다는 관광기능이 포함된 해수욕장 법률 개정을 비롯해 지역 관변단체가 독점한 편의시설 위탁관리 개선, 해수욕장의 사계절 관광상품화 등의 제도적, 정책적 혁신이 필요하다. 해수욕장의 여러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해수욕장의 관광적,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종합대책 마련이 해수욕장 이용요금 규제 조례 제정보다 더욱 시급하다.
오피니언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