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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살리기 위해 코피 쏟겠다”… “말씀만 들어도 든든”

입력 | 2015-07-17 03:00:00

[朴대통령-與지도부 회동]‘34분 회동’ 어떤 대화 오갔나




“당청 간 찰떡 화합을”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참석자 모두 밝은 표정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오른쪽 뒤 끝부터 시계 방향으로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박 대통령,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제 원내대표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습니다.”(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하세요.”(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나눈 대화 내용 중 일부다. ‘6·25 국무회의 폭탄발언’으로 당청 간 날이 서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원 원내대표가 “(당 의원들에게) 찰떡을 사서 돌렸다. 당내 화합과 당청 간 찰떡 화합을 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끝 무렵에 “당정청이 한마음 한뜻으로 다시 한번 힘차게 뛰어 탄탄한 국정 운영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자”고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원래 하나였던 당정청을 제자리로 복원한 회동”이라며 “‘민생 지킴이 당정청’이 출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박근혜 “당정청 하나 돼야”

박 대통령은 새 원내지도부와 김무성 대표 취임 1주년의 덕담으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키워드’는 국민이었다.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당이 더욱 국민 중심으로 나아가고, 국민이 힘든 부분이 무엇인지에 집중해 달라. 모든 역량을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쏟고 당정 협의도 그런 방향으로 잘 이끌어 달라.”

공개된 회동 초반에는 박 대통령이 주문하면 당 지도부가 적극 호응하는 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하나가 돼 개혁과제들을 잘 실천해서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당에서 책임지는 자세로 같이하겠다”고 다짐했다.

회동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충돌한 당청 관계를 서둘러 정상화하겠다며 당청이 손을 잡은 모양새였다. 회동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야당 지도부와 청와대 회동 추진

정책 현안들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박 대통령은 우선 노동개혁 실천을 강조하며 “‘국민 중심의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모범을 이번에 보여주기를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둔 4대 개혁 대상은 노동을 비롯해 △금융 △교육 △공공기관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청년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제 재도약과 사회 통합 등이 안 된다”고 밝혀왔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을 언급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 법안들을 꼭 (처리)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면한 추가경정예산 처리 방향에 대해 “환자 치료를 위해선 약을 두 알 먹여야 효과가 나는데 아깝다고 한 알만 먹이면 효과도 안 나고 환자는 죽는다”며 “추경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의적절하게 적정량을 딱 투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은 사학연금 개혁도 화제에 올랐다. 원 원내대표는 “사학연금은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야가 중지를 모아 처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알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사면 대상 경제인 포함될 듯

관심이 집중된 광복절 사면으로 의제가 옮겨갔다. 원 원내대표는 “광복 70주년이 뜻깊은 해이니 이왕이면 대규모의 사면을 했으면 좋겠다”며 경제인 사면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하겠다”면서도 “사면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면 기준을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표는 ‘정치인 사면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김 대표의 사면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신의진 대변인은 “김 대표는 생계형 서민들에 대한 사면과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을 포함한 사면 등 폭넓은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정치인 사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정치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별도로 만나고 있을 때 대통령수석들과 기다리던 중 “당에서 ‘민생119본부’를 만들어 선도적으로 정책 현안의 이슈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오찬을 함께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당청 회동 날짜를 조율하면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이 16일 점심에 일정이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했지만 오찬을 못 해도 최대한 빨리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날로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청 관계의 정상화’는 이렇게 이뤄졌다.

고성호 sungho@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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