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건강 리디자인/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40代 당뇨환자 컨설팅
당뇨병 환자 김주호 씨(왼쪽)가 서울성모병원 운동처방팀으로부터 ‘사무실 집기를 활용한 운동법’을 배우고 있다. 김 씨처럼 실내활동이 대부분인 현대인들은 책상, 종이뭉치, 실내 벽 등을 활용한 동작을 통해 틈틈이 근력강화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본보 건강리디자인팀은 당뇨병 전문 클리닉을 갖추고 매주 당뇨병 음식 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의료진과 함께 김 씨의 상태를 살펴봤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주치의로 참여했으며, 영양분석팀과 운동처방팀이 생활습관 개선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분석 결과 당뇨병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보면 일반인의 기준인 6.5%보다 높은 7.7%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뇨병 초기에 해당됐다. 나이를 감안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보다 일찍 당뇨병이 나타난 셈이다.
김 씨가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은 2004년. 하지만 이후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불규칙하게 약을 복용하면서 병이 악화됐다. 여기에 혈관에 쌓인 찌꺼기들로 인해 혈관 두께가 증가하는 ‘동맥경화반’도 관찰됐다.
이 교수는 “동맥경화반이 있다는 것은 당뇨병의 가장 중요한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라며 “합병증을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에게 제일 급한 것은 체중 조절”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살을 빼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다녔다. 한쪽에 2kg이 넘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걸어 다니면서 근력을 늘릴 계획이었다. 김 씨는 “약 석 달간 이런 방식으로 걸어 다니다 무릎이 아파 포기했다”고 말했다.
운동처방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김 씨처럼 과체중인 사람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것은 관절에 큰 무리가 가는 행동이다. 게다가 운동하기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지 않아 몸에 피로감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의료진은 이렇게 무리한 운동 대신 김 씨의 생활공간인 연구실의 ‘집기’를 이용한 가벼운 운동을 추천했다.
○ 식이 조절 분석해 보니 ‘슈거보이’
“다이어트는 운동이 20%, 음식 조절이 80%”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체중 조절을 할 때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보 건강리디자인팀은 4월 마지막 일주일간 김 씨가 하루 내내 먹는 음식과 그 총량을 기록해 서울성모병원 영양분석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김 씨는 평소 “I have a sugar tooth(나는 단것을 좋아해)”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지곤 했다. 조사 결과 그는 매일같이 케이크와 단 커피를 디저트로 해결하는 ‘슈거보이’였다.
그의 식단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고열량인 음식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양 자체가 많은 게 문제다.
조사 기간 중 하루(5월 3일) 섭취한 총열량이 3885Cal에 육박하기도 했다. 조사를 의식해서인지 첫날에는 1772Cal였지만 이후에는 매일 하루 칼로리 섭취량이 2300Cal(성인 남성 평균 칼로리 섭취량)를 넘었다.
김 씨는 혈관 초음파 사진을 보여 주던 의료진에게 “혹시 지금 쌓여 있는 찌꺼기들도 음식 조절이나 운동으로 제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의료진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을 조절하면 혈관 건강이 많이 좋아질 수 있으니 중요한 것은 본인 의지”라고 말했다.
○ 분산된 주치의 하나로 통합
김 씨의 독특한 문제점 중 하나는 자신의 질환을 관리하는 주치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것.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는 한 병원에서 꾸준히 합병증 발병 등 몸 상태를 체크하며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도 질병마다 다른 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아플 때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 강남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기도 하고, 체중 조절을 위해 받은 다이어트 시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네 내과를 찾는다. 또 비염 치료를 받았던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을 찾는 날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이렇게 흩어진 여러 병원에서 관리 받을 경우 종합적인 치료가 어려워 합병증을 조기에 예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교수는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주치의 한 명과 꾸준하게 총체적인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며 “40대인 김 씨도 가까운 병원에 주치의를 두고 분산된 병원 기록을 한곳으로 통합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주치의 한마디]부모 모두 당뇨땐 자녀가 걸릴 확률 40~70% ▼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일반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일 때 자녀의 당뇨병 가능성은 10∼40%, 만일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라면 40∼70%로 높아진다.
주요한 것은 당뇨병 발생에 ‘유전적 요인’은 중요한 위험인자라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영향도 많이 받는 질환이므로, 유전적으로 체질을 물려받고 생활습관까지 공유하게 된 자식 세대 역시 비슷한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일찍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 씨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능력은 다행히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비만과 생활습관의 문제로 인해 인슐린 저항이 높은 상태다. 약은 이를 조절하는 것을 목적으로 처방했다.
이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합병증이다. 김 씨의 경동맥 초음파 검사 결과 혈관의 내중막 두께가 증가되는 ‘동맥경화반’이 관찰됐는데 당뇨병의 중요한 합병증인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김 씨가 주의할 것은 무엇보다 ‘식습관’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5∼7%정도만 감량해도 몸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체중 감량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무게의 5%만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조절해야 한다. 김 씨의 경우, 일주일 생활하는 동안 술자리가 잦고 음주량도 많은 편이었다. 체중을 조절하는 기간에는 금주할 것을 권한다.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