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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부모는 학부모 아니라는 교육행정

입력 | 2015-07-17 03:00:00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자녀 학교운영위원 출마 막아… 인권위 “재혼가정 차별”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을 선출할 때 자녀의 의식주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계부나 계모의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재혼 가정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김모 씨(59)는 올해 3월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에 학부모운영위원으로 출마하려 했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친부가 아닌 계부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김 씨는 친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부모위원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혼 가정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의 21.6%가 재혼일 정도로 재혼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계부나 계모는 많은 부분에서 부모의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 재혼으로 새 가정을 꾸린 김 씨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와 함께 가족란에 기재되긴 했지만 배우자의 자녀는 ‘자(子)’가 아닌 ‘동거인’으로 표기돼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재혼을 해도 별도의 입양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이전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계부 또는 계모와 법적인 부모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증이 없는 미성년자는 계부모와 함께 가더라도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없다.

교육부는 현행법에 근거해 “부인의 전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와 재혼 남편과는 법적으로 부모·자녀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자녀의 친부가 학생의 보호자라고 주장하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계부모의 학부모위원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자격에 대한 업무편람인 ‘2013년 학교운영위원회 길잡이’에도 운영위원의 자격을 법적 보호자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의 해석은 달랐다. 인권위는 “이혼 및 재혼 등으로 계부모가 친부모와 다를 바 없이 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고, 재혼·한부모·조손가정 등 가족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입양 등의 절차 없이 실제 가족관계를 구성하는 가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부모의 의미를 법적인 보호자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양육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혼인 여부,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등에 의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계부모의 피선거권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업무편람을 개선하도록 교육부에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교육부는 인권위의 개선 권고에 따라 관련 업무편람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