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내곁에, 도심 ‘쥬라기공원’
3만 점이 넘는 공룡 화석과 암석, 동식물 표본을 보유한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가족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16일 오전 젊은 커플 한 쌍이 박물관의 자랑거리 아프로칸토사우루스 화석을관찰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제공
이철호 기자
영화 속에서 봤던 벨로키랍토르가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를 사냥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는 곳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 바로 서대문구 연희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다. 공립 자연사(自然史)박물관으로는 처음으로 2003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만4000여 점의 자연사 관련 표본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육식공룡 화석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정모 박물관장은 “이 공룡을 티라노사우루스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아프로칸토사우루스’의 골격이다”고 설명했다. 두 공룡의 결정적인 차이는 앞 다리의 모양. 티라노사우루스는 발톱이 2개지만 아프로칸토사우루스는 발톱이 하나 더 있다. 머리 뒤쪽부터 꼬리까지 이어지는 작은 돌기도 특징. 이 관장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촌뻘인 이 공룡의 치아 화석이 한국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며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공룡 발자국이 가장 많이 발견될 만큼 공룡의 천국이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심낭염으로 폐사하기 전까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스타였던 아기 코끼리 ‘코코’(폐사 당시 7세)의 박제도 전시 중이다. 이 관장은 “시가로 2억 원이 넘는 ‘털매머드’의 진품 화석과 직원들이 10년 넘게 고생하며 모은 국내 바다상어 표본들이 자랑거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박물관은 주로 자녀를 위해 방문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하지만 “조용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는 소문이 나면서 젊은 커플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여름 영화 속 한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일석이조’의 데이트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문의 02-330-8899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