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개혁법안 의회 통과… 시민들 “배신당했다” 화염병 시위 치프라스 흔들… 연정붕괴 가능성도 ECB 긴급유동성지원 9억유로 증액
“우리는 배신당했다.”
구제금융 관련 개혁 법안이 16일 새벽 그리스 의회를 통과했지만 수도 아테네에선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화염병까지 등장할 정도로 격렬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긴축 반대를 내건 그리스 시민 1만5000여 명은 15일 개혁 법안이 심의되는 동안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정부 개혁안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40여 명을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시위대의 화염병과 돌로 인해 경찰 4명과 사진기자 2명이 다쳤다.
시리자도 분열됐다.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삭감, 통계청 독립성 강화, 재정지출 자동 삭감 등 4개 법안 표결에서 시리자 소속 의원 149명 중 39명(26%)이 반대(32명) 기권(6명) 불참(1명) 등의 방식으로 개혁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지지 기반이 약해진 치프라스 총리는 당원들에게 “총리는 지지 그룹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만약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그 다음 날부터 당장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처음으로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그리스 정가에선 개혁안에 반대한 장관들을 교체하거나 새로 연립 정권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계속 끌고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고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앞으로 1주일간 9억 유로(약 1조1260억 원)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상황이 변했다. 이제 ELA 한도 증액의 조건이 회복됐다”고 증액 배경을 설명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도 이날 전화회의를 갖고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70억 유로의 브리지론을 제공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