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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대출기업 부실에 깜깜한 국책銀, 수천억 국고 낭비

입력 | 2015-07-18 03:00:00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주거나 지분을 투자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덩달아 부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연이은 부실 대출과 감독 소홀 등으로 국책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에 대한 감독당국의 감시를 강화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책은행의 부실 대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대출 사기에 속아 담보 없이 1135억 원을 빌려줬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에도 5210억 원을 대출해줬다. 산업은행 역시 경남기업에 611억 원을 빌려줬다가 손실을 입었다. 산업은행은 2조 원대 분식회계를 벌인 STX그룹에도 대출해줬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부실 대출의 영향으로 국책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0년 0.77%에서 지난해 2.02%로 크게 늘었다. 산업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올해 3월 말 기준 2.66%로, 시중은행 평균치인 1.39%를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대출 부실의 원인으로 대출받은 기업에 대한 국책은행들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는다. 최근 2조 원대 손실이 뒤늦게 드러난 대우조선을 비롯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대주주이거나 주채권은행인 기업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왔다.

우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2조 원대의 손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또 대우건설이 2013년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을 때까지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수출입은행 간부들은 사기 대출 파문을 일으킨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모뉴엘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들이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독당국의 감시를 덜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산하 기관이다. 금감원이 두 부처의 위탁을 받아 검사를 실시할 수는 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검사권은 제한돼 있다. 시중은행은 금감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시로 검사를 실시할 수 있지만 산업, 수출입은행의 경우 검사의 목적과 범위를 사전에 금융위에 보고해야 하고 승인을 받아야만 검사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경우 기재부, 금융위, 감사원 등 다양한 기관에 감독권한이 나뉘어 있어 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시중은행에 비해 검사 횟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독립적인 감시기구를 통해 국책은행의 건전성과 경영 상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7일 산업은행 등 대우조선 채권단은 다음 주 중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개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일단 강제적인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보다는 대우조선이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본잠식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고의적인 분식회계도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