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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핵심축 완성… “사회적 책임 다해야”

입력 | 2015-07-18 03:00:00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통합법인 9월 1일 출범… 의미와 과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그룹이 추진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합병안이 17일 양사 주주총회를 통과해 두 회사의 최종 합병은 9분 능선을 넘게 됐다.

○ 삼성그룹의 추가적 사업구조 재편 관심

시가총액이 34조 원에 이르는 통합 삼성물산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 매출액을 지난해 33조6000억 원에서 2020년 60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해외 인프라와 제일모직의 패션 및 식자재 사업이 만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돼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통합 삼성물산이 지분 51.2%(제일모직 46.3%, 삼성물산 4.9%)를 갖게 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는 내년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통합 삼성물산은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삼성이 그린 밑그림에서 가장 핵심적인 축이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증권가 등에서는 이미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다음 작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발표된 직후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SDS 간 합병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달 3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공식 부인한 바 있다. 그러자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9.1%를 가진 삼성SDS와 삼성SDI를 합병시킬 것이라는 새로운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삼성그룹이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엘리엇의 장외공세 전망…주식매수청구권 관문도 남아

삼성물산은 합병안 통과에도 “아직은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은 주총 직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발표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폴 싱어 엘리엇 회장이 주주행동주의의 방법으로 가장 즐겨 쓰는 방안은 소송이다. 엘리엇은 이미 삼성그룹에서 삼성물산 지분이 가장 많은 삼성SDI(7.4%)와 삼성화재(4.8%) 지분을 1%씩 확보하고 있어 ‘찬성표’를 던진 두 회사 이사진을 상대로 배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합병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고 자체 결정을 내린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가진 삼성물산 지분 7.12%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엔 2.03%로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외국인투자가들과 연대해 ‘사외이사 파견’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또 엘리엇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3% 이상으로 늘리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권을 갖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의 마지막 관문은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삼성물산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1조5000억 원을 넘으면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삼성물산은 10.39% 급락한 6만2100원, 제일모직은 7.73% 내린 17만9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여전히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만7234원)보다 8.5% 높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인 다음 달 6일까지 지금 정도의 주가로만 버텨준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이 권리를 행사할 주주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이날 엘리엇의 요구로 주총 안건에 오른 현물배당 관련 정관 개정안 2건 모두 참석 주주의 6000만 표 이상 찬성표를 얻었다. 합병안 반대표는 4033만2140주에 머물렀지만 이들 안건에 대해서는 2000만 주가 추가로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이 2000만 표 차의 의미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주주들도 ‘주주 이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같은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라는 게 윤 교수의 해석이다.

한편으로는 ‘애국심 마케팅’에 호소한 이번 삼성의 승리는 국민들의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백기사’를 자처한 데 이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의 편에 서면서 이뤄진 만큼 삼성그룹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논리 때문에 주주를 비롯한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도와준 측면이 있다”며 “삼성은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새롭게 탄생하는 통합 삼성물산을 포함해 그룹 전체적으로도 투자 확대나 고용 창출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합병을 지원했던 사람들은 단기 이익을 노리는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들과 달리 삼성이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삼성은 당장 합병회사 경영부터 잘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이런 믿음에 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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