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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척 보고 알아채는 비결

입력 | 2015-07-18 03:00:00


회사 가족 동반 체육대회에 함께 다녀오던 아내가 뜬금없이 물었다. “당신네 팀 여자 대리랑 막내 남자 사원, 그 둘이 사귀는 것 아니야?” 남편이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없지. 사수랑 부사수, 고양이 앞의 쥐 신세인데…. 이성으로 보이기나 하겠어?” 하지만 남편은 며칠 만에 ‘눈뜬 장님’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임을 공개한 것이다. 대체 아내는 잠깐 보고도 그걸 어떻게 알아챈 것일까.

“직감이지.” 그러나 아내의 얘기를 들어보면 막연한 감만도 아니다. “체육대회 하는 내내 서로 눈짓을 하던데? 남들 의식해서 안 그런 척하는 게 더 우습더라.”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걸 봤던 기억이 없다. 게다가 사람들로 북적대 정신없는 와중에 둘이서 은밀하게 사인을 주고받는 것까지 어떻게 눈여겨볼 수 있다는 말인지.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여성은 탁월한 멀티태스킹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두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여러 사람 간에 오가는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듣는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 변화만 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남녀의 반응 차이를 살피기 위해 영화의 짧은 대화 장면을 소리 없이 영상만 보여주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배우의 얼굴 표정만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파악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현격한 차이가 드러났다. 여성 참가자의 정확도가 87%에 달한 반면 남성은 42%에 불과했다. 특히 자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의 정확도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감이 뛰어나다’ 또는 ‘눈치가 빠르다’는 말은 다른 사람의 말과 몸짓을 읽어 그로부터 포착한 정보를 분류하는 능력이 높다는 의미다. 즉, 말과 몸짓 사이의 일치 또는 모순을 파악하는 직관이 상당한 것이다. 여자들은 이런 직관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데다 갈고닦기 또한 게을리하지 않은 고수 중의 고수들이다. 처음 나간 모임에서도 척 보면 안다. 어떤 부부가 다투고 나왔으며 어떤 부부에게 좋은 일이 있는지 등등. 학자들에 따르면 대화 중 언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35% 미만이고 65% 이상이 몸짓이나 표정 같은 비언어적 수단이다. 자주 쓰이는 언어 표현은 몇 가지 안 되지만 우리가 대화 중에 쓰는 표정과 몸짓은 얼추 25만 가지가 넘는다. 한마디로 여성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말할 때 어떤 표정과 몸짓을 하느냐를 보고 상대의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 어딘가 표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속여 넘겼다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녀가 봐준 것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