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앙위서 혁신 4개항 표결

김상곤 혁신위원장
반면 ‘반(反)문재인’을 외치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4·29 재·보궐선거 패배에서 시작된 혁신안의 방향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혁신안의 중앙위 표결 결과를 놓고 친노-비노의 힘겨루기 1라운드가 벌어지는 것이다. 다만 최고위원제 폐지와 당 정체성 강화 등 민감한 사안은 일단 처리를 뒤로 미뤄놓은 상태다.

혁신위의 4개 안건은 13일 당무위에서 찬성 29명, 반대 2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당무위는 정원이 66명에 불과하지만 중앙위는 소속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555명이고 의결 정족수가 재적 과반수인 278명에 달해 출석률이 낮을 경우 부결 가능성도 작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19일 밤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20일 개최되는 중앙위 관련 점검회의를 했다. 중앙위에는 420여 명이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고위원들은 최대한 출석을 독려키로 했다.
○ 혁신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당내에선 혁신안이 중앙위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앙위 전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일단 충돌한 뒤 중앙위에서는 통합의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원총회에는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혁신안 처리가 무산되면 그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비노 진영도 조직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혁신 대 반혁신’ 구도에서 혁신안 처리에 반대할 경우 자칫 반혁신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 폐지,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등 민감한 사안이 빠진 점도 감안됐다. 혁신안과 관련해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던 주승용 의원은 “이번 혁신안이 최고위원제 폐지처럼 당 기본 구조를 흔드는 사안은 아닌 만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모양새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불씨는 더 남아 있다.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도 평가위 관련 당규 개정안은 8월 당무위에, 최고위원제 폐지는 9월 중앙위에 다시 상정된다. 혁신안의 처리 여부는 신당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탈당 카드’를 저울질하는 박주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엽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정배 의원 등 신당 세력과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 식으로 더 크게 하나가 되어 만나야 한다”며 제3지대 창당론을 제기했다.
486운동권 중심의 당내 진보그룹도 혁신안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더좋은미래’ 소속의 한 의원은 “제대로 된 혁신이 실천되지 않으면 9월경 비대위 체제에서 임시 전대를 치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