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제13차 한중일 포럼]
戰後 70년 화해와 신뢰 中현대국제관계硏 - 日아사히신문 공동주최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3차 한중일 포럼에서 국제정치 전문가들과 현직 언론인들이 한중일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프랑스 파리에 체재 중인 아사히신문 도미나가 다다시(富永格) 특별편집위원은 유럽 통합의 교훈을 동아시아에서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미나가 위원은 “프랑스는 새로운 공동체를 주도하겠다는 생각에서, 독일은 공동체를 통해 유럽에 복귀하겠다는 서로 다른 의도에서 통합에 나섰지만 두 나라는 이제 국가 기밀을 다루는 외교관을 교환할 정도로 긴밀해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양국에 ‘큰 정치인’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중일 관계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정치 지도자들이 악화된 여론에 편승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중심을 잡고 신중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국 측 발표자인 이홍천 일본 도쿄도시대 교수는 “전후 70년을 맞아 일본 언론은 일본이 피해자라는 시각에서 만드는 기획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언론에 대해서도 “일본 사회가 우경화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전후 일본의 국제 공헌이나 평화 노력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오노 히로히토(大野博人)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은 “언론은 대외 관계와 관련되면 자기 나라를 비판하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사진을 찍듯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와무라 와타루(澤村瓦) 아사히신문 편성국장보좌는 “기사가 금방 상대국 언어로 번역되는 시대다. 자국 독자만 의식해 애국주의에 영합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학자들도 상대국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자세가 오해를 불식하고 화해를 앞당기는 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중국 전문가인 아마코 사토시(天兒慧) 와세다대 교수는 “지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반(反)애국주의자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부핑(步平)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소장은 “국경을 넘어 상대방 입장에서 관찰하면 달리 보이는 면도 있다”며 “언론은 자신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만 보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말 전체상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보도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중일 관계 회복의 디딤돌로 환경오염 등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모색됐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일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기오염 물질과 황사, 해양오염 문제가 인접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 뒤 “환경 협력을 통해 동북아 지역의 정치 안보 역사 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쥔훙(劉軍紅) CICIR 글로벌화연구중심 주임은 “비전통적 안보 분야에서는 전통적 안보 분야에서 실현 불가능한 ‘협조적 안보’ 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1990년대 프랑스 특파원을 지낸 방형남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은 “독일과 프랑스가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논의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치지도자와 언론도 이제는 양쪽을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해야 한다”는 당부로 이날 심포지엄을 마무리했다. 일본처럼 과거를 망각해도, 한중처럼 과거 청산에만 매달려도 안 된다는 의미였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