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산업부 기자
EXID, 씨스타, 미쓰에이, AOA, 걸스데이, 에이핑크, 소녀시대…. 걸그룹? 솔직히 잘 모른다. 알기에는 걸그룹 수가 너무 많다. 여기저기 정보를 모아 보니 103개(495명)쯤 되는 것 같다.
30대 후반, 두 아이의 아빠라는 점도 걸린다. 그나마 걸그룹 이름과 노래 제목을 적당히 알고 있는 건 40대 ‘꼰대’들의 행렬에 끼기 싫은 처절한 몸부림이다.
걸그룹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진 건 지난해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을 보면서였다. 루게릭병 환자를 도우려는 이 모금 운동에 걸그룹이 대거 참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스포츠동아 연예 담당인 모 기자는 “원래 걸그룹은 연예 활동 이외 다른 뭔가에 참여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린다”고 했다. 자칫 정치적으로 왜곡되면 연예인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정치적으로 왜곡할 틈이 없어서 예외였다.
일부에서는 너무 재미로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뭐가 문제랴. 원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대중은 미쓰에이 수지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사진을 보기 위해 ‘광클(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우리 국민들이 발음도 어려운 루게릭병을 감기만큼이나 많이 알게 된 건 순전히 그들 덕분이다. 걸그룹 효과다.
동아일보가 지난달부터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관광산업과 지방 내수경기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우수작을 선정해 선물을 준다. 이 캠페인과 이벤트에도 정치가 개입할 틈은 없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