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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기용]EXID 솔지, 씨스타 소유

입력 | 2015-07-20 03:00:00


김기용 산업부 기자

EXID를 ‘엑시드’라고 읽지는 않는다. 하지만 솔지가 EXID 멤버인 줄은 몰랐다. 소유가 무소유(無所有)의 반대말이냐고 물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소유가 씨스타 멤버인 줄도 몰랐다.

EXID, 씨스타, 미쓰에이, AOA, 걸스데이, 에이핑크, 소녀시대…. 걸그룹? 솔직히 잘 모른다. 알기에는 걸그룹 수가 너무 많다. 여기저기 정보를 모아 보니 103개(495명)쯤 되는 것 같다.

30대 후반, 두 아이의 아빠라는 점도 걸린다. 그나마 걸그룹 이름과 노래 제목을 적당히 알고 있는 건 40대 ‘꼰대’들의 행렬에 끼기 싫은 처절한 몸부림이다.

걸그룹을 잘 모르지만 어떤 편견 같은 것들이 있었다. 여러 멤버들이 모의해 한 멤버를 왕따 시켰다느니, 누가 누구를 때렸다느니, 늘 구설수에 오르는 의도적 과다 노출 문제까지. 좋은 건 55인치 고화질(HD)TV 화면을 지켜볼 때뿐, 돌아서면 안 좋은 기사들만 잔상으로 남았다. 그 잔상들이 굳어져 편견이 됐을 것이다. “그래 봐야 ‘딴따라’…”라는.

걸그룹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진 건 지난해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을 보면서였다. 루게릭병 환자를 도우려는 이 모금 운동에 걸그룹이 대거 참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스포츠동아 연예 담당인 모 기자는 “원래 걸그룹은 연예 활동 이외 다른 뭔가에 참여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린다”고 했다. 자칫 정치적으로 왜곡되면 연예인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정치적으로 왜곡할 틈이 없어서 예외였다.

일부에서는 너무 재미로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뭐가 문제랴. 원래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대중은 미쓰에이 수지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사진을 보기 위해 ‘광클(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우리 국민들이 발음도 어려운 루게릭병을 감기만큼이나 많이 알게 된 건 순전히 그들 덕분이다. 걸그룹 효과다.

동아일보가 지난달부터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에 빠진 국내 관광산업과 지방 내수경기를 살려보자는 취지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우수작을 선정해 선물을 준다. 이 캠페인과 이벤트에도 정치가 개입할 틈은 없다.

걸그룹 효과를 기대하고 몇몇 걸그룹에 동참을 부탁했다. 아직 이벤트 초기이고 다른 연예인들의 참여가 많지 않아서인지 다들 본능적으로 신중했다. 그러던 중 EXID 솔지와 씨스타 소유가 가장 먼저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이벤트 취지가 너무 좋아요” “공연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아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덧붙였다. 둘 다 외모는 물론이고 마음 씀씀이도 예쁘다. 이벤트 첫날 두 사람의 사진을 올리자 여지없이 걸그룹 효과가 나타났다. 솔지, 소유 만세다. 다른 걸그룹들도 곧 동참하리라 믿는다. 어쨌든 오늘부터 LEGGO(EXID 팬클럽)와 STAR1(씨스타 팬클럽)에 기자 삼촌 팬 한 명 추가다. 이렇게 편견도 사라졌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