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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이동 경로를 프로그래밍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소프트웨어학과 학생들.
한국항공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사망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후부터다. 소형 정찰용 무인기인 드론(Drone)을 도입한 시기와 맞물린다. 미국은 드론을 사용함으로써 미군이 직접 정찰을 나갔다가 자살 폭탄 테러 등으로 희생을 치르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미 북한의 무인조종기가 침투했던 한국도 드론을 국방 및 민수용으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방송이나 드라마를 촬영할 때 공중에 띄우는 ‘헬리캠’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한강 둔치에서 취미용 드론으로 경치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아마존(Amazon)은 상품 배송 서비스에 상업용 드론을 도입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드론 시장이 2022년까지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드론 산업이 세계적으로 신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드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 있다.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인공지능이다. 지능형 무인기는 소프트웨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무인 항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최신예 F35 전투기 같은 유인기의 경우도 소프트웨어 분야가 전체 항공기 가격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한 학과가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다. 원래 항공전자 및 정보통신공학부(컴퓨터정보공학 전공)에 속해 있다가 2015학년도부터 소프트웨어학과로 독립했다. 소프트웨어학과 지승도 교수(학과장)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까지를 한 학부에서 가르치다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하자는 전략적 차원에서 단일 학과로 확대 개편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강의식 교육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 미래의 디지털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새로운 아이디어, 신상품 개발 등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독창적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이야말로 창의적 교육법으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훌륭한 대안이다.”
주입식, 강의식 교육으로 암기력이 좋은 인재가 주목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터넷에 흘러넘치는 지식과 정보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계사, 펀드매니저 등 방대한 정보력에 의존하는 직종은 인공지능 컴퓨터로 대체돼 미국에서는 이들 직업을 10년 이내 사라질 직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서도 컴퓨터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기존 정보를 가공하고 재창조하는 응용력과 창의력, 그리고 인간만이 가지는 감성 등이다. 소프트웨어학과가 추구하는 인재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목표들이다. 송 교수는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감성과 창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 양성이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의 교육방침”이라고 말했다.
모형 항공기를 제작해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는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 학생.
사실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기계, 의료, 국방, 항공,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기술이다. 각 분야가 융합·발전하기 위해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컴퓨터 이론과 소프트웨어 실무 능력을 겸비한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더욱이 ‘항공대학’이라는 학교의 설립 목적에 맞춰 신설한 특성화 학과이기도 하다. 항공 및 우주 분야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학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이 학과에서는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 전담 교수 10명과 파일럿 출신의 교수(비전임) 1명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과과정은 선진적이다. 학과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공학인증(ABEEK)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1, 2학년 때는 수학, 공학 기초, 교양 및 자료구조, 프로그래밍언어 등 기초과목을 배운 후 3, 4학년 때부터는 컴퓨터네트워크, 항공제어SW, 데이터베이스 등 전공과목을 본격적으로 배운다. 송 교수는 특히 소프트웨어 학과의 교육방식을 ‘거꾸로 교육’, 즉, ‘교육3.0’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식 심화 학습과 스튜디오 방식의 설계 및 실습 교육이 대표적이다. 3학년 정수인 씨는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의를 예습하고. 수업 때는 5명씩 한 팀을 이뤄 주제별로 토론을 해서 결과를 이끌어낸다. 예습을 하지 않으면 토론에 아예 끼지 못하므로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교수의 보충 설명.
“우리 과 여러 교수님들이 2년째 이론 강의뿐만 아니라, 실험 실습 과목을 ‘교육3.0’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퀴즈를 통해 학생들이 동영상으로 예습했는지를 확인한다. 본수업에서 하는 토론은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그러다 보니 이전의 주입식 교육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교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이 교육 방식에 익숙해지면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혹은 토론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들도 개인기보다 팀플레이를 우선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시스템들이 이미 개인이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큰 시스템들로 엮여 있어서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3.0’ 방식의 수업에서 역량을 발휘한 학생에게는 특전을 준다. 이른바 ‘학부 연구생’이다. 대학원생은 아니지만 교수들의 대학원 연구실에 들어가 자기 책상을 갖고 상주할 수도 있다.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부를 하면서 연구비도 받는다. 학부 연구생인 신동환 씨(4학년)는 지능형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매달 80만 원의 연구비를 받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현재 내가 참여하는 작업은 무인기가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있도록 전투게임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해 모형항공기 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고교도 항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항공 정비사가 되는 게 원래 꿈이었지만, 앞으로는 무인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이 학과를 선택했다. 지금 내 목표는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무인비행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학과는 2015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취업률 통계는 없다. 학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항공전자 및 정보통신공학부 내 컴퓨터정보공학 전공의 과거 5년간 평균 취업률은 74%로 높은 편. 소프트웨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에나 있으므로 거의 전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학부 졸업생들은 삼성, LG, SK, 대한항공, 한국항공,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수준의 기업에 취업하거나 대학원 과정을 거쳐 연구소 또는 학계로 진출한다. 첨단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해 항공대 후배들과 경영하는 졸업생들도 있다. 특히 소수 정예의 ‘강소학과’여서 사회에 진출한 선배와 후배들 간의 결속력도 강하고. 이는 취업에도 도움을 준다.
2016학년도 입학정원은 77명으로 수시에서 46명을, 정시에서 31명을 선발한다. 수시에는 일반학생 전형(논술고사), 교과성적우수자 전형, 미래인재 전형(학생부종합) 등이 있는데 2015학년도 평균등급은 각각 3.5, 2.9, 2.0이었다. 정시(일반전형 가군)는 평균 3.2등급이었다.
고양=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