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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움직이는 ‘티끌 투자’의 힘

입력 | 2015-07-21 03:00:00

크라우드펀딩 시대 본격 개막




한국 미식축구대표팀은 10일 미국 오하이오 주 캔턴에서 열린 국제미식축구연맹(IFAF)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했다. 국가대표라지만 이들은 출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인당 200만 원이 넘는 사재를 털어야 했다. 대한미식축구협회가 있긴 하지만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닌 탓에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미식축구협회가 찾은 돌파구는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었다. 협회는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사정을 밝히고 후원형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결국 129명으로부터 600만 원을 모금할 수 있었고 이들에게는 미식축구 관련 상품을 제공했다. 협회 관계자는 “목표 금액인 2000만 원에 못 미치긴 했지만 충분한 힘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3경기 연속 패배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월드챔피언십 역사상 한국의 첫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 세상을 바꾸는 개미들의 힘


최근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의 합성어로 창의적인 사업계획을 가진 기업가 등이 중개업체의 온라인 포털에서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고 있는 건 투자 대상과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른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제품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5년 만에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린 것도 개미들이었다. 벤처캐피털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서태지의 컴백 콘서트 투자금의 절반인 31억 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성했다. 개인투자자 536명이 선뜻 지갑을 열었는데 1인당 580만 원씩 투자한 셈이다. 과거에는 공연, 영화 등 문화 콘텐츠의 대부분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기획하고 돈을 댔지만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26년’ ‘연평해전’ 등도 제작비 일부를 개인투자자로부터 충당했다.

크라우드펀딩 연구 기관인 마솔루션(Massolution)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규모는 162억 달러로 2013년 대비 167% 성장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도 지난해 34억 달러를 펀딩해 2013년 대비 320% 급성장했다.

○ 크라우드펀딩법 통과

국회에서 2년째 발목이 잡혀 있던 크라우드펀딩법이 이달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이 온라인 포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비로소 도입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했던 기업들에는 희소식”이라며 “사회 환원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업의 연간 모집 규모가 7억 원으로 제한돼 있어 의미 있는 자금 조달 수단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저금리 시대에 개인의 투자처가 제약돼 있었는데 새로운 펀딩 방식이 합법화된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연간 개인 총 투자 한도가 소액이라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법상 개인의 연간 투자 한도는 일반 투자자의 경우 500만 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00만 원이다.

또한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추가 활성화 법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이뤄진 크라우드펀딩 규모 중 대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85.6%로 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관련 법령이 없어 대형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지분투자형에 비해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개인 투자자 보호가 힘든 것이 사실이므로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할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노덕호 인턴기자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세무회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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