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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고려해 정보위가 조사를… 미흡하면 다음 단계로”

입력 | 2015-07-21 03:00:00

[국정원 해킹 논란]
전문가 ‘해킹 진상규명’ 해법 조언




이병호 국정원장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정원 과장 임모 씨(45)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정치권은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대로 국정원 현장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장조사보다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특위, 현안 질의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밀 유지가 생명인 정보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정보위 위주로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진할 경우 다음 해법을 찾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 평행선만 달린 여야 ‘2+2 회동’

여야는 20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이 참여한 ‘2+2’ 회동에서 진상조사 순서와 방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평행선만 달렸다.

먼저 새누리당 정보위원인 박민식 의원은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현장조사를 먼저 요구한 건 야당인데 왜 거절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청문회 필요성을 내세우며 현장 조사는 뒤로 미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장 검증은 청문 절차의 일환으로 의미가 있지 책임을 면하는 용도로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국회 차원의 대정부질문 실시 여부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쟁점은 이병호 국정원장의 출석 여부.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해킹이 이뤄졌다고 하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국정원장에게 물어보는 것이지 국가안보와 상관없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장 출석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결국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의혹과 음모론만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대변인은 “윗선과의 모의가 의심된다”며 “자살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전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 않네. 내국인 사찰을 안 했으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자살하나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정쟁 지양해야


국가 보위를 위한 필수적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감안해 철저히 정략적 태도는 지양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다음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 안보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인데 여과 없이 전부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며 “정보기관을 해부하듯이 하는 건 전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원장은 “국회는 적법하게 감청하게 해달라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제출됐는데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진영 논리로 밀고 당기다 보면 국민만 피해를 본다”고 비판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정보위가 현장에 가서 국정원의 생생한 시설과 모든 장비를 보는 게 중요하지 책상에서 보고받고 파헤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가 정보기관의 특수성은 인정돼야 하는 만큼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야당이 의심하는 일이 실제 일어났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역지사지의 태도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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