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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세 말라” 정면대응 나선 국정원장

입력 | 2015-07-21 03:00:00

[국정원 해킹 논란]
의혹 반박 보도자료 배포 이례적… “무익한 논란 규정은 문제” 지적도




국가정보원은 19일 오후 8시 반경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A4용지 3장(2350자)에 이르는 장문의 글이었다. 자료는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국정원이 이런 형태로 의혹 제기를 적극 반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보도자료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사전 결재를 받은 것으로 이 원장의 뜻이 실렸다고 한다.

○ 이병호 원장 직접 지시에 따른 적극 대응

국정원 측은 “(이 원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 제기에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20일에도 이 원장 주재로 해킹 의혹 대응 관련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해킹 의혹에 대한 대응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취임 때부터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이 원장에게 ‘민간 사찰 의혹’은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공작과 같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가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는 이 원장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명확히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료에서처럼 의혹 제기 자체를 “백해무익한 논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은 최근 내부 감찰을 벌여 국정원 과장 임모 씨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해킹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것이 불법 행위라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추궁을 당한 임 씨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 가족에게 “휼륭하게 잘 자라라” 유서

빈소가 마련된 경기 용인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20일 이른 아침부터 동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족과 국정원 직원들은 임 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임 씨는 부인과 두 딸에게 남긴 유서에서 “극단적인 아빠의 선택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요즘 짊어져야 할 일들이 너무 힘이 든다. 훌륭하게 잘 자라 줘라. 사랑해” 등의 내용을 남겼다.

한편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임 씨는 18일 오전 4시 52분경 용인시 자택을 나와 곧바로 자살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슈퍼마켓에 들러 소주 1병과 담배, 빈 알루미늄 포일 도시락 2개를 샀다. 40여 분 뒤에는 또 다른 슈퍼마켓에서 번개탄 5개를 구입했다.

사건 당일 임 씨 부인은 소방서에 “부부싸움을 하고 나갔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색에 빨리 착수하도록 자살이 의심되는 정황을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인이 임 씨의 자살을 사전에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완준 zeitung@donga.com / 용인=남경현·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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