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만의 일이 아니다. 매년 320만 명에 가까운 여권 발급자 모두가 이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 돈은 모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쓴다. 한국국제교류재단법 제16조는 유효기간 10년의 일반 여권은 1만5000원, 유효기간 5년은 1만2000원, 단수 여권은 5000원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재단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걷힌 기여금은 모두 3593억 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400억 원가량이다.
여권을 발급받을 때마다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국제교류기여금’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991년 시행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해외여행자에게서 걷던 일종의 기부금 역할을 했지만 해외여행객이 연간 1600만 명(2014년 기준)을 넘으면서 사실상 ‘강제 기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다.
국제교류기여금은 도입 때부터 논란을 빚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1991년 제13대 국회 7차 외무통일위에서 한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이렇게 직접 기부금을 모집하는 관례가 없었다. 국제교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여권이라면 타당하지만 일반 여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열린 법제사법위에서도 “사실상 목적세와 같은데 명칭만 기여금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2010년에는 국제교류기여금 징수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을 맡았던 정용 변호사는 “여권법 규정에도 없는데 이를 납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발급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해외에 나가는 목적이 다양한데 여권 발급자를 한국학과 관련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행정소송은 2011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정 변호사는 “행정소송이 승소할 경우 지금까지 걷은 기금을 환급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관계자는 “국제교류기여금은 재단이 진행하는 공익사업과 관련해 법률에 따라 여권 발급자 모두가 내야 하는 ‘부담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담금을 내는 모든 사람이 사업에 ‘기여’한다는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기여금’이라는 명칭이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