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디 어페어’

앨리슨(왼쪽)과 노아는 여러 번의 우연을 거쳐 불륜에 빠진다. 미국 쇼타임 홈페이지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방영된 ‘디 어페어’는 뻔한 불륜물에 각종 기법을 도입해 뻔하지 않게 가공해낸 연출력의 결정체라고 할 만하다. 첫 소설을 낸 작가이자 학교 교사인 주인공 노아(도미닉 웨스트)는 아내 헬렌, 아이 넷과 함께 뉴욕 브루클린의 집에서 장인의 집이 있는 해변가의 작은 마을 몬톡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언뜻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아이 넷을 건사하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장인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감당해야 하는 노아는 사실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40대에게 휴가지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인 앨리슨(루스 윌슨)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노아의 묘사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워 보이는 여자’인 앨리슨은 2년 전 아들을 사고로 잃고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 번째 책을 써야 하는 노아에게 앨리슨은 영감의 원천이 되고, 둘은 걷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든다.
여기까진 흔히 보는 인물과 전개다. 하지만 ‘디 어페어’는 여기에 플래시백과 추리기법을 첨가한다. 한 회를 반으로 갈라 앨리슨과 노아가 각각의 관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두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소는 바로 경찰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앞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건만 두 사람의 기억은 입은 옷부터 그날 한 대화까지 서로 다르다. 회상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은 더욱 깊숙이 묘사되고, 기억 속에 묻힌 사건의 진상은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연출의 원천을 따지자면 고전 중의 고전 영화로 역시 남녀 간의 치정이 얽혀 있는 ‘라쇼몽’(1950년)이 있을 것이다. 요즘 작품 중에선 남녀가 각자의 관점에서 서로의 사랑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점에서 영화 ‘엘리노어 릭비’(2015년)를, 경찰서 심문 중 과거를 떠올리며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미드 ‘트루 디텍티브’(2014년)를 닮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