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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어린이나라 세우고 대통령도 뽑아요”

입력 | 2015-07-21 03:00:00

서울 구로구, 초등학생 건준위 출범




서울 구로구가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진행하는 ‘어린이나라’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등 정치활동을 체험하게 된다. 17일 열린 어린이나라 건국준비위원장 선거 결과 발표를 어린이들이 경청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청 대강당에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이 울려 퍼졌다.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을 살짝 패러디한 내용이었다. 링컨의 연설까지 등장한 이날 행사는 ‘어린이나라 건국준비위원회 출정식’. 구로구청이 “어린이 관련 행정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새로운 주민자치 프로그램이다. 이날 출정식에는 구로구 내 초등학교 4∼6학년 가운데 선발된 학생 51명이 ‘건국준비위원’으로 참석했다.

출정식의 하이라이트는 건국준비위원장을 뽑는 선거. 건국준비위원장에게는 앞으로 ‘어린이나라 헌법’ 제정을 맡고 초대 대통령 선거를 관리할 막중한 역할이 주어진다. 학생 5명이 출사표를 냈다. 선거 열기는 어른들의 선거를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이들은 각각 △어린이-어른 간 소통 강화 △어린이축제 개최 △스쿨존 안전 확보 △어린이 대상 범죄자 형량 5배 늘리기 등 실제 시행해도 상관없을 법한 공약들을 선보였다.

치열한 경쟁 끝에 오류남초교 6학년 이상민 군(12)이 위원장에 선출됐다. 이 군이 내건 ‘진로’ 관련 공약이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군은 당선소감에서 “구로 어린이나라에 소속된 어린이는 어른이 시키는 공부만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학교 공부와 연관된 것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꿈을 존중하고 함께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군을 비롯해 어린이나라 소속 학생들은 올 12월까지 한 달에 1, 2회 모임을 갖고 대통령 선출, 헌법 제정, 국무회의, 관보 및 실록 발행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9월에는 1박 2일간 워크숍을 열어 어린이나라 국가 조직과 국호 국기 건국신화도 만들기로 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민주주의 참여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된다”며 “민주주의 원리는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체험으로 습득하는 게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