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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형준]“바뀐게 뭐지?” 국민은 고개젓는 野혁신

입력 | 2015-07-22 03:00:00


황형준·정치부

“풀리지 않는 매듭은 자르는 게 맞다.”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은 8일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하며 사자성어 ‘쾌도난마(快刀亂麻·뒤얽힌 사물을 명쾌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를 언급했다. 계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얽힌 실타래가 오히려 더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중앙위원회에서 사무총장제 폐지 등 4개 당헌개정안이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계파 간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 가까스로 가결됐다. 파국은 면했지만 “당 대표 권한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노 측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혁신 방향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박영선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무총장직 폐지가 핵심은 아니다”라며 “혁신위가 지나치게 당 내부 문제에만 몰입한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야당 혁신안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날 한 포털 사이트의 ‘가장 많이 본 뉴스’ 정치 분야 순위에서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중앙위 통과 관련 기사는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 등의 기사에 밀려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혁신안 관련 기사 233개의 댓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사무총장 없애고 본부장 새로 만들면 뭐가 달라지는 거죠?”였다.

한 당직자는 “혁신위가 인질들이 인질범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혁신위가 야당을 바꾸기 위해 출범했지만 당내 세력에 동화돼 당원의 시각에서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상곤 위원장은 외부의 조언을 듣기보다 당내 주요 인사와 지방 당원을 만나는 데 집중했다.

혁신위가 조만간 발표할 정체성 강화 방안과 공천제 개혁안도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혁신위에 진보 성향 인사가 다수 포진해 혁신안이 ‘좌클릭’할 경우 비노 측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비노 진영은 이미 “4·29 재·보궐선거 패배 평가가 빠졌다”며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신당행’까지 불사할 태세다.

계파 갈등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혁신위가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혁신안을 내놓으면 된다.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오르고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당내 분열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