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근 3년 식량난 완화… 놀이시설 건설 김정은 서한 “분배의 평균주의… 생산의욕 떨어뜨린다” 고위층 숙청에 북한주민 카타르시스 느낀다
황호택 논설주간
탈북한 노동당 간부는 CNN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변덕스러운 리더십과 잔혹한 공포정치로 핵심 지지기반이 동요해 “3년 안에 권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고위층 탈북자를 면담한 강명도 교수도 “김정은 정권이 오래 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북한은 수십만 명이 죽는 ‘고난의 행군’을 견뎌냈고 절대 권력자의 죽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권력세습이 이루어진 나라다.
김정은이 상황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은 마구잡이로 고위 간부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권력 주변부 인간들의 생리를 꿰뚫고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을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았다는 것이다. 권력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저항의 싹일랑 미련 없이 싹둑 잘라야 화근을 막고 간부들이 찍소리 못하고 따라온다는 판단을 김정은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포전(圃田)담당제 확대와 장마당 활성화를 통해 식량난을 해소해 가고 있다. 북한은 작년에 심한 가뭄이었는데도 곡물 생산량이 줄지 않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수확량은 지난 3년간 크게 증가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강수량 부족으로 쌀 생산이 10%나 감소했다. 하지만 강냉이가 17%, 감자가 16% 늘어 총량은 비슷하다.
북한식 표현으로 ‘왕가뭄’에도 식량 생산량이 줄지 않은 것은 포전담당제의 공이 크다. 협동농장의 말단 단위는 10∼15명으로 구성된 분조다. 북한은 분조를 다시 나누어 3∼5명이 포전을 경작해 땅의 비옥도에 따라 생산량의 50∼70%는 국가에 바치고 30∼50%는 농민이 가져가도록 했다. 중국식 농지개혁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포전을 함께 경작하는 3∼5명은 이웃이거나 시골마을에 함께 사는 친척이다. 북한이 농가별로 포전을 배정하지 않은 것은 소나 농기계를 모든 가구에 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동농장에서 생산량을 모두 국가에 바치고 배급을 타먹는 방식보다는 포전담당제의 인센티브가 크니 지성으로 농사를 지어 생산량이 늘어났다. 포전담당제는 2002년 김정일 때 시작했지만 김정은 집권 후 본격화했다. 김정은은 작년 2월 ‘사회주의 농촌 테제의 기치를 높이 들고 농업생산에서 혁신을 일으키자’는 서한에서 “분배에서 평균주의는 사회주의 분배 원칙과 인연이 없으며 농장원들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고 언급해 아버지와 다른 시장경제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도 장마당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도 단위 무역회사와 기업소들도 중국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수입해 공급한다. 김정은은 스포츠를 육성하고 유원지와 놀이시설을 전국 곳곳에 짓고 있다. 간부들에 대한 공포정치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김정은은 아직 젊다. 고도비만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으면 건강 문제를 일으키겠지만 단기간에 어떤 중병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정은의 정치적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예상보다 오래 버티는 쪽으로 대응을 해야 외교안보 정책의 실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