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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거진]매일 일본서 생크림 공수…디저트 카페 ‘몽슈슈’ 김미화 대표

입력 | 2015-07-23 03:00:00

“예쁜 디저트로 설레임 함께 전하죠”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살롱드몽슈슈 가로수길점 매장 안에서 김미화 몽슈슈 대표가 밝게 웃고 있다. 그의 앞에 놓인 도지마롤에 눈길이 간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보고도 시큰둥했다.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다. 몽슈슈의 도지마롤은 디저트 하면 떠오르는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어느 제과점에 들어가도 만날 수 있는 시시한 롤케이크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두툼하지 않은 빵의 한가운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생크림이 들어가 있었다. 마치 “먹어봐. 정말 너의 삶을 달콤하게 만들어 줄 거야(=배에 커다란 튜브를 만들어 줄 거야)”라고 악마가 손짓하는 것 같았다. 진짜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찌는 듯했다.

그런데 한입 넣는 순간 뇌에서 불꽃이 파박 튀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달지 않았다. 뭉게구름처럼 풍성해 보이던 생크림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았다. 무엇보다 생크림이 정말 신선했다. 맛을 보고 나서야 “(매장에) 늦게 가면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도지마롤



8번 타자 도지마롤

13일 오후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도지마롤의 비법을 듣기 위해 김미화 몽슈슈(일본명 몽셰르) 대표(42·여)를 만났다. 단정한 분홍색 원피스에 갈색 웨이브 머리, 짙은 눈 화장을 한 그는 높은 톤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지마롤은 야구로 치면 8번 타자밖에 안 돼요. 푸딩이 3번, 해피파우치가 4번 타자죠.” 디저트를 야구에 비유하기에 도지마롤은 이승엽 정도를 떠올렸더니 끄트머리에 있는 ‘8번 타자’란다. 게다가 4번 타자는 생소한 해피파우치라니. 이유가 있었다. 얇은 크레페에 커스터드 크림과 생크림을 담아 보자기처럼 오므린 해피파우치는 김 대표와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재일동포인 김 대표는 원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그는 늘 아이들에게 “꿈을 잃지 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어릴 적 꿈은 스튜어디스였다.

김 대표는 “문득 ‘나는 꿈을 잃지 않으면서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8년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떠났지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연히 떠난 여행은 인생을 바꿨다. 색색으로 옷을 입은 파이부터 다소곳하게 모여 있는 작은 수제 초콜릿들까지 유럽은 정말 디저트의 천국이었다. 특히 프랑스 파리의 여러 디저트 카페와 오스트리아 빈의 정갈한 거리에서 우람하고도 훤칠한 남성들이 손가락만 한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걷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결심했어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행복한 케이크’를 만들겠다고요. 그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해피파우치와 김미화 대표


김 대표가 해피파우치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하루는 셰프가 주방에서 치즈케이크를 만들다 남은 것으로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있었다. 그러다 쉐프가 구운 빵(크레페)에 커스터드 크림과 생크림을 넣어 먹기 좋게 오므려 놓은 것을 그가 발견했다.

김 대표는 “보자기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도 예뻤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혹시 내가 그 시간에 주방을 들르지 않았다면 해피파우치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집에서 엄마가 남은 반찬 이것저것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입에 넣었다가 ‘그래 바로 이 맛이야’ 하며 탄생한 게 해피파우치였던 것이다.

사실 해피파우치는 김 대표의 디저트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디저트에는 설렘이 있어야 한다. 막 가슴이 뛰어야 한다. 예뻐야 하고 꿈과 희망을 안겨줘야 한다. 그게 그의 디저트 철학이다. “케이크 같은 디저트가 아니면 어떤 제품을 이렇게까지 오밀조밀하고 예쁘게 만들겠어요. 소품부터 매장까지 특별해야 해요.”

그래서인지 매장도 무언가 특별해 보였다. 일반 디저트 카페보다 고풍스러워 보였다. 꽃무늬가 들어간 푹신한 소파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는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오만과 편견’을 떠올리게 했다. ‘살롱드 몽슈슈’라는 매장 이름부터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홈런왕 8번 타자

김 대표가 자기 방을 꾸미는 소녀처럼 들뜬 마음으로 디저트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사실 그는 디저트에 누구보다 꼼꼼하고 엄격하다. 도지마롤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 그 심심한 모양의 롤케이크를 일본 오사카 본점에서도, 국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다.

“설명이 필요한가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기본이죠. 최고로 좋은 재료를 쓰기 위해 유통기한이 짧지만 최고 품질인 홋카이도산 우유로 생크림을 만들고 있어요.” 우유도 오전 4시 반부터 딱 3시간만 짠다. 온도 관리는 물론이고 생크림을 만드는 데 섞이는 공기의 양도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 최고 품질의 생크림을 거의 매일 냉장 상태로 비행기에 실어 한국으로 보낸다. 횟수로 지난해 일본과 국내를 오간 물품 중 최고 수치다. 방사선 우려를 없애기 위해 검사도 11가지나 거친다. 그래서인지 몽슈슈는 국내에서 핫한 디저트 가게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만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도지마롤이 단연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매출 이야기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기뻐했다.

“한 달에 비행기 값만 1000만 원이 넘게 들어요. 그래도 제가 제일교포라 한국에는 좋은 품질의 디저트를 꼭 선보이고 싶었는데 다행히 사랑해주셔서 기쁩니다.”

몽슈슈를 찾아 먼 길 떠났던 손님들이 반길 소식이 하나 있다. 다음 달 2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살롱드 몽슈슈 4호점이 문을 연다. 판교점에도 긴 줄이 늘어설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