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탱자가 된 국회 정보위
그래서 미국 상하원 정보위는 창문도 하나 없이 이중벽이 설치된 특수 회의실에서 모임을 갖는다. 위원들은 회의장에서 노트를 할 수도 없다. 위원들은 정파를 떠나 정보업무를 다뤄야 한다는 압력을 끊임없이 받는다.
국회 정보위는 미국의 정보위를 본떠 만들어졌으나 태평양을 건너온 뒤 탱자가 됐다. 위원들이 회의만 끝나면 브리핑 내용을 다 적어 나와 앞다퉈 공개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위원들이 신뢰할 만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국회에서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장군을 만주군 장교였다는 이유로 민족 반역자라고 불러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역사도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파를 떠나 일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과 함께 이런 사람을 정보위에 배정한 새정치연합은 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내국인 해킹 의혹을 국회가 다룬다면 특위가 아니라 정보위가 다뤄야 한다. 비밀 유지가 필요한 그런 일을 다루라고 우리나라도 1994년 뒤늦게 정보위를 만들었다. 정작 필요할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임위라면 그런 상임위는 있어 뭐 하겠는가.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사이버 보안의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이 의혹을 다루려면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라는 새정치연합 내부의 의미 없는 위원회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국회에서 정보위에 들어가야 한다. 마침 정보위에는 들어내 버리고 싶은 의원도 있다. 생각 같아서는 몇몇 의원을 더 들어내고 싶지만….
새누리당은 안 의원이 이 의혹을 다룰 경우 안랩 주식의 백지신탁을 요구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뭔가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안 의원으로서는 새누리당이 정 백지신탁을 원한다면 백지신탁을 해서라도 이 의혹을 다루지 못할 게 없다. 안 의원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만나기 드문 기회다.
경계선상의 얼룩들
정보기관이 늘 깨끗한 일만 할 수 없다. 국정원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을 대신해 때로 ‘더티 워크(dirty work)’를 수행하기도 한다. 세상사 늘 경계선상의 것이 문제가 된다. 간혹 우리 편인지, 저쪽 편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살한 국정원 직원 유서의 ‘오해를 일으킬 자료’라는 표현에서 벌써 그런 것이 느껴진다. 정보위 위원 정도 되면 세상을 김광진 의원처럼 단선적으로 봐서는 안 되고 겹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