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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진짜 김일성’ 후손의 귀화

입력 | 2015-07-23 03:00:00


백마를 타고 만주와 시베리아 벌판을 내달리며 조국 광복을 위해 싸운 선구자. 동포들 사이에서 ‘장군’으로 불렸고 소련이 연해주 지역의 조선인 지도자로 주목했던 인물. 일본 육사를 나와 일본군 기병장교로 근무하다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거쳐 항일투쟁을 벌인 김경천 장군(1888∼1942) 이야기다. 그가 ‘진짜 김일성’이라는 설도 있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그의 후손 7명에게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 국적을 수여하는 특별귀화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1945년 10월 14일 평양에서 열린 소련군 환영대회에 33세의 김일성이 등장했다. 전설의 노(老)장군을 기대했던 군중은 “가짜”라며 야유를 보내거나 실망해서 되돌아가기도 했다. 소련은 당시 소련군 대위였던 그에게 북한을 맡기기로 하고 치밀히 기획했다. 소련 군정의 정치사령관이었던 니콜라이 레베데프는 “우리는 김일성의 진짜 이름이 김성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항일 빨치산 투쟁 민족영웅 김일성 장군’을 상징하게 하고자 김일성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훗날 증언했다.

▷젊은 김일성도 자기 나름대로 항일 운동을 벌이기는 했다. 1937년 6월 5일 동아일보는 함경남도 국경인 보천보를 전날 김일성 일파가 습격했다는 호외를 두 차례 발행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만주 독립군의 활동이 위축됐던 때 김일성, 최현 일파가 삼엄한 국경 경비를 뚫고 우편소와 면사무소를 습격했고 추격하는 일본 경찰과 충돌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당시 그는 25세였다.

▷김성주가 김일성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조선혁명군을 조직한 1930년 무렵이라고 북한은 주장한다. 별과 같은 지도자가 되라고 동지들이 붙여준 ‘한별 장군’에서 한자로 ‘일성(一星)’을 썼다가 이왕이면 태양같이 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일성(日成)’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김경천 장군은 1936년 소련 당국에 체포돼 3년 형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오랜 옥고와 노역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진짜 김일성이었다면 그의 이름으로 북한에서 벌어진 일에 통탄했을 것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