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 나와요.”
그분은 오줌이 쉽게 나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아니, 사연을 들어보니 자랑할 만도 하다. 그동안 소변을 보는 것이 몹시 고통스러워서 오후 6시 이후에는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먹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남들과 저녁 모임을 갖는 것이 고문이었다. 그런 날은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쳐야 했으니 말이다.
사실 음식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올 때 또는 잠을 푹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며 이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따로 해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주변을 둘러보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잠자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안 되어 쩔쩔매는 것이다. 하기는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보다 더 쉬운 ‘숨쉬기’를 하지 못하면 아예 우리의 삶이 끝나버리지 않는가. 이렇게 쉬운 일들이 실은 가장 중요한 일인데 너무 쉬운 나머지 당연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산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가장 흔한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공기와 물은 흔해서 값이 없거나 헐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 그러나 보석처럼 세상에서 비싼 것들은 없어도 살 수 있다. 결국 아주 쉬운 일이 하기 힘들고 흔한 것이 귀해지기 시작하면 생존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오늘, 잘 자고 일어나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에 다녀와 하루를 시작했다면 이런 쉬운 일을 척척 잘하는 자신에게 장하다고 칭찬해 주자. 어쩌면 우리가 숨을 쉬며 사는 동안 가장 행복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일들이 아닐까. 다만 경험하기 전에는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흠이지만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