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해야 하나 된다] 이병무 평양과기대 학장-한국대학생 ‘유라시아 친선특급’ 객실 좌담
21일 유라시아 친선특급에서 만난 이병무 평양과학기술대 치과대학 설립학장(왼쪽)과 외교관을 꿈꾸는 대학생 전소현 씨.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학생들이 북한, 그리고 통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이 학장)
“궁금한 건 많지만 (북한에 관한) 막연한 정보만 접하기 때문에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특히 통일은 정치적 개념이 강해 선뜻 대화하기 힘들죠.”(전 씨)
한국 학생들은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토익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 학생들도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1학년 때 원어민 선생님께 영어를 배운다”며 “영어에 능통해야 외국과 관계된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중국어 수업까지 받아 ‘3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했다. 러시아어와 영어에 능통한 전 씨는 “여러 나라 언어를 할 줄 알면 장점이 많다. 세계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쉽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북한 학생들도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 학장은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가긴 하지만 모두 가지는 못한다. 학기 중에는 (학업 때문에) 바빠 여행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의 방학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8월 한 달 정도여서 북한 학생들은 고향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전 씨는 “북한의 방학이 너무 짧은 것 아니냐”면서도 “북한 학생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에게는 ‘끈끈함’이 있다”고 했다. 입원한 동료 학생에게 수시로 병문안을 가고 담당 의사에게 사과 등을 건네며 답례를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 학장은 “북한 대학생들도 졸업식 때 눈물을 흘리고, 기쁠 때는 웃을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 씨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북한 학생의 모습은 딱딱한 ‘로봇’ 같았는데 오해가 풀렸다”고 했다.
전 씨가 “북한에도 ‘캠퍼스 커플(연인)’이 있느냐”고 묻자 이 학장은 “평양과기대에는 올해 처음 여학생이 입학했다. 교내 영어웅변대회를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는 왜 여학생이 없는가’였다”며 웃었다. 북한 학생들 역시 남한처럼 ‘불타는 청춘’의 마음은 같다는 얘기다.
노보시비르스크=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