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애플민트, 로즈메리, 타임 등 지중해성 허브는 여름철 모기를 비롯한 각종 벌레를 퇴치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식물의 화학적 능력을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바로 ‘향’이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거의 모든 식물은 향을 뿜어낸다. 식물이 향기를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수분자(수분을 시켜주는 매개자)를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달콤한 벌꿀 향을 내는 식물이라면 꿀을 좋아하는 벌이나 나비를 수분자로 두고 있다. 아마존의 식물 중에는 쾨쾨한 썩은 냄새를 뿜는 종도 있는데 그 이유는 파리가 수분자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식물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향을 만들어 공중으로 살포해 수분자가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불러들이는 셈이다.
식물이 이렇게 피워내는 향은 다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간에게도 실은 큰 선물을 준다. 향수가 대표적으로, 이것은 우리 몸에 식물의 향을 묻히는 것과 같다. 향수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미 고대 이집트 로마의 사람들이 향수를 즐겨 썼다는 점만 봐도 그렇고 향수 제조 원조 국가였던 페르시아 제국은 이 향기 무역으로 큰 국가적 이익을 얻기도 했다.
라벤더뿐만 아니라 우리가 애용하는 사탕과 껌에 넣는 각종 민트도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다. 이 효과를 정원에서도 아주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다. 다른 식물에 비해 민트류, 로즈메리, 라벤더 등은 병충해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유는 그 특유의 향을 우리는 상큼하게 여기지만 모기나 파리 혹은 진드기 등의 곤충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텃밭 정원에서는 벌레를 많이 먹는 식물 옆에 강한 향을 지닌 지중해성 허브 식물을 심어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원예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여름이 되면 어느 집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해충 퇴치제를 뿌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 안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어 어린아이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사용 제한을 권장한다.
모기에게 물려 지독한 가려움과 통증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이를 쫓을 수 있는 방지약이 필요하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천연의 모기 퇴치 스프레이 만들기에 도전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만드는 방법은 각양각색이고 추가하는 물질도 조금씩 다르다. 아주 단순한 재료와 원리만 설명하자면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지니고 있는 라벤더 혹은 로즈메리 민트, 물,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보드카 정도가 필요하다. 일단 라벤더와 민트를 물에 넣고 끓인 다음 그 물에 찬물과 알코올 성분의 술을 섞어 분무기로 집 안에 뿌리거나 혹은 외출하기 전 몸에 바르면 된다. 물론 아예 민트나 라벤더, 로즈메리 등의 식물을 집 안에서 말리는 것도 효과가 있다. 모기나 각종 벌레를 쫓아주는 강한 향을 지닌 식물로는 로즈메리, 국화, 메리골드, 한련화, 페튜니아, 제라늄 등이 있다. 특히 제라늄은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이기 때문에 잠자는 방의 창가에 하나씩 두는 것도 좋다. 물론 예쁜 꽃을 보는 관상 효과는 덤이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