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논설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놓고 “국정원이 공작 사찰정치의 온상이 돼버렸다”(문재인 대표)며 “사용자 로그 기록을 제출하라”(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고 요구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을 구매한 35개국 97개 수사·정보기관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 정치권도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안보기밀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정쟁 중단하라”는 안철수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구매 시점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때라는 점을 들어 선거 관련 사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 상용화 이후 해킹팀이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다른 나라 정보기관들의 구매 시기도 비슷한 무렵이라는 사실(fact)은 모르는 척한다. 당초 해킹 대상자로 알려졌던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의 경우 안 박사는 미국 정부에서도 대북협력자로 분류된 인물이며, 변호사는 내국인이 아닌 몽골 변호사를 몽골 경찰이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편향동화’에 빠진 문재인
국정원의 민간 사찰이 있었다면 철저히 단죄돼야겠지만, 이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허술하면서도 거친 공세는 당 혁신안의 부분 통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는 친노-비노 계파 갈등 및 탈당·분당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외부의 적’을 설정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문 대표와 존재감 회복을 노린 안 위원장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어도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생각과 같은 주장은 현명하고 논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편향(偏向)동화(biased assimilation)라고 한다. 새정치연합이 국가안보와 정보인권이라는 두 개의 가치 가운데 정보인권에만 매달려 국가안보는 뒷전인 듯한 인상을 줘서야 국민이 나라를 맡기려 하겠는가.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