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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막말 억만장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입력 | 2015-07-24 03:00:00


내년 미국 대선 도전에 나선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느닷없이 한국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선시티에서 유세 도중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운을 뗀 뒤 “한국도 그렇다. 한국은 미쳤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는 물론이고 한국이 미국을 위해 매년 1조 원의 주한미군 분담금을 내는 사실조차 모르는 ‘미친 발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16일 공화당 후보경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막말 유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자 마약 범죄자라고 공격하면서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에게는 “전쟁 영웅이 아니다. 포로로 붙잡혀 영웅이라 불릴 뿐”이라고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공화당 후보 경쟁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에게는 “바보 같은 그레이엄이 나를 멍청이라고 부른다”며 시비를 걸었다.

▷인종차별 발언과 무차별적인 경쟁자 공격에도 트럼프의 인기는 치솟는다. 그는 2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24%를 얻어 2위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3%), 3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2%)를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24일 부시(15%)에 이어 11%로 2위였던 트럼프가 기고만장할 만한 변화다. 그의 입이 더욱 거칠어질 것 같다.

▷트럼프가 강력한 미국의 부활을 기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과 백인 주류 계층을 노린 정책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는 하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 공격 등에 대리만족을 느낀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프랑스 극우정당의 장마리 르펜이 외국인을 집중 공격해 2002년 대선에서 결선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하지만 미국민의 양식을 고려하면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그냥 노(No)라고 말하라’는 제목의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이 막말 유세의 결말을 잘 예견한 것처럼 보인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