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는 中향한 한일 대응 달라… 한국은 비즈니스 기회로 봤지만 일본은 경제-영토 위협으로 경계 새로운 美中관계 눈여겨보며 한일관계도 ‘공통이익’ 찾아내야
오코노기 마사오
사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은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미-일-중’에서 ‘미-중-일’의 순서로 변경했을 뿐 아니라 안전보장에서는 미국에 의존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한국적 G2(주요 2개국) 외교를 전개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일본의 역사 인식을 비판한 것도 일본에는 충격적이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재조정(리밸런스)’에 호응해 미일동맹 재강화에 적극 나섰다.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것이다. 또 이미 고노 담화의 작성 과정을 검증했고, 8월에는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
요약하면 아베 신조-박근혜 시대가 되면서 대중국 정책의 차이 및 위안부 논쟁이 첨예화 됐을 뿐 아니라 그것이 결합돼 한일 리더십의 충돌로 발전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에 대한 국회 답변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국 측의 불신을 증폭시켰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지도자 레벨에서 상호 불신이 심화되면, 그것이 관료 기구를 구속하고 대중매체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한다. 마치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처럼 한일의 감정 마찰이 시민 레벨에까지 급속히 확산됐다.
다만 그것을 확산시킨 것은 주로 역사적 기억, 문화적 전통, 내셔널리즘 등의 대립, 즉 정체성의 충돌이며 체제 마찰이나 가치관의 충돌이 아니다. 국제 시스템의 변화가 리더십의 충돌을 낳고, 그것이 시민 레벨에서 정체성의 충돌을 심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롭게 나타나는 국제 시스템의 특징, 특히 미중 관계의 전개를 지켜보고 그것에 적합하게 한일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다. 옛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한일 공통의 이익과 목표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장기적으로는 한일 관계를 걱정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요소를 많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는 지정학적인 조건에 주목하면 일본도,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을 견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출현을 촉진한다는 기본 정책으로 묶여 있는 것이다. 단, 이 문제를 둘러싼 전략적 대화는 필수적이다.
선진 공업·무역국가라는 조건에 주목한다면 일본과 한국 모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광역 경제 통합 안에서 자국의 미래를 찾고 있다. 또 부품이나 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선진적인 국제 분업, 즉 생산공정의 공유가 진전되고 있다. 제3국에서 공동 자원 개발이나 인프라 건설도 늘고 있다.
한일조약 50주년을 기회로 ‘작은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올가을에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한일 협상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두 지도자의 결단 없이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데 각각의 국내 사정을 보면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전후 ‘70주년 담화’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100% 합의가 달성되지 않더라도 먼저 한일 관계를 장기적인 개선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은 국제 시스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