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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눈감고 면허증?

입력 | 2015-07-25 03:00:00

[시동 켜요 착한운전]면허시험 동승 르포
운전면허 제도 도입 100주년




운전면허증은 한국 성인 10명 중 7명이 갖고 있는 국가 인증 자격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는 2954만4245명에 이른다.

한국의 운전면허 역사는 정확히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5년 ‘자동차 취체(取締·단속이라는 뜻) 규칙 제7조’에서 ‘운전을 하려는 자는 본적 주소 성명 등이 기재된 서류를 거주지 관할 경무부장(현 지방경찰청장)에게 내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이 처음이다. 당시에는 경찰이 주관해 실기시험만 실시했고 합격자에게는 마패처럼 생긴 ‘자동차 운전수 감찰’이라는 명패가 발급됐다.

현재와 유사한 운전면허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0년대다. 1961년 도로교통법이 제정되면서 시도 경찰국에서 직영하는 ‘지정 자동차운전 교습소’가 운영됐다. 1995년부터 지금의 자동차 운전 전문학원 제도가 도입됐다. 응시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1997년 도로주행 시험이 최초로 도입되면서 교육 시간은 총 60시간(학과 교육 25시간, 기능 교육 20시간, 도로 주행 교육 15시간)으로 바뀌었다. 이후 쉽고 편하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2010년 2월과 2011년 6월 잇달아 간소화되면서 교육 시간은 총 13시간(학과 교육 5시간, 기능 교육 2시간, 도로 주행 교육 6시간)으로 줄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일반 운전자 400명과 교통안전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현행 운전면허 제도를 어렵고 까다롭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취재팀은 한국 운전면허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면허 시험장에 직접 나갔다. 또 세계에서 면허 따기가 가장 어렵다는 뉴질랜드의 면허 시험 과정도 체험했다.  
▼ 대한민국에선 기능 2시간-도로주행 6시간… 이틀 만에 면허 취득 ▼

운전면허제도는 2011년 6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했다. 2차례의 간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총 60시간(2종 자동변속기는 55시간)이던 의무교육시간이 총 13시간으로 크게 축소된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불편과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운전면허 간소화의 명분을 설명했지만 간소화 이후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간소화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안전’을 위해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 불편’을 고려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취재팀은 간소화 이후 현행 운전면허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한 대학생 나솔 씨(25)의 장내 기능 및 도로 주행 시험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교육 2시간에 50m만 직진하면 ‘합격’


서울 S자동차전문학원 장내 기능 교육장. 처음 교육용 트럭에 탄 나 씨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핸들을 잡은 나 씨의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처음인 만큼 핸들링과 기어 변속을 어려워했다. 클러치에서 너무 빨리 발을 떼 수시로 시동이 꺼졌다.

교육시간은 2시간. 1시간은 장내 기능 시험 준비에, 나머지 1시간은 교육장을 돌며 운전 감각을 익혔다. 2시간의 교육을 마친 나 씨는 “생각보다 차에 익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장내 기능 시험에 통과한 뒤 바로 도로에 나가야 하는데 실제 도로 주행을 준비하기에는 2시간의 교육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현행 장내 기능 시험은 운전 능력 평가가 아닌 차량 조작 평가에 그친다. 핸들을 돌리거나 가속페달을 밟을 일도 없다. △기어 변속 △전조등 조작 △방향지시등 조작 △와이퍼 조작(이상 각 5점) △차로 준수 △돌발 상황에서의 급정지(이상 각 15점), 이 6개 평가항목 중 20점 이상 감점을 받지 않으면 합격이다. 앞의 4개 항목은 차가 정차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뒤의 2개 항목은 50m를 직진 주행하며 평가한다. 간소화 이전 장내 기능 시험 코스였던 경사로, 굴절코스, S자 코스, T자 코스 등은 사라졌다. 평가 항목이 간소화 이전 15개에서 6개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장내 기능 시험은 시험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쉬웠다. 결과는 100점 만점. 장내 기능 시험을 통과한 나 씨는 “솔직히 시험이 너무 쉬웠다. 아직 기어 변속이나 핸들 돌리는 것도 어색한데 이렇게 바로 도로에 나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겸연쩍어했다. 간소화 이후 장내 기능 시험 합격률은 94%(전문학원). 나 씨를 가르친 강사 황모 씨(44)는 “지금 장내 기능 시험은 ‘초등학생도 딸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쉽다”며 “장내 기능 시험을 준비하고 도로 주행을 위한 기본적인 운전 감각까지 익히기에 2시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도로 주행 교육

3일 뒤 도로 주행 교육 첫날. 처음에는 장내 기능 교육장에서 운전 감각을 익혔다. 실제 도로로 나가기 전에 방향 전환이나 차로 변경, 기어 변속 등 실질적인 운전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다. 나 씨는 처음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 봤다. 핸들 조작은 큰 실수가 없었지만 기어 변속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제때 기어를 올리지 못해 엔진에선 ‘윙윙’거리는 소음이 계속 발생했다. 강사 황 씨는 “지금처럼 짧은 장내 기능 교육 때 차량 조작을 완전히 익히기는 불가능하다”며 “나머지는 도로에서 직접 익히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시간 뒤 실제 도로에 나섰다. 도로는 한산했지만 나 씨는 쉽사리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차량 조작이 여전히 불안정했다. “기어가 잘못 들어갔다” “클러치를 천천히 떼라”란 강사의 지적이 이어졌다. 한 코스를 도는 데 4, 5차례나 시동이 꺼졌다. 2코스에 진입해 직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나 씨가 기어 변속을 잘못하면서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3단에 넣어야 할 기어를 5단에 넣었던 것이다. 당황한 나 씨가 클러치에서 급하게 발을 떼자 도로 한가운데서 시동이 꺼졌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동승한 기자의 심장도 철렁했다. 황 씨는 “간소화 이후 차량 조작이 미숙한 수강생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직접 차에 타 봐야만 실제 교육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잦은 실수로 의기소침해진 나 씨는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뛰라고 하는 것 같아 막막하다”며 “차도 아직 제대로 조작을 못 하는데 다른 운전자까지 신경 써야 하니 정신이 없어 선생님 말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도로 주행 교육이 4시간을 넘어가자 그제야 차량 조작으로 인한 실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리는 등 초보적인 실수는 여전했다. 6시간의 도로 주행을 마친 나 씨는 “지금 실력으로 혼자 운전을 하면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에 통과하더라도 반드시 별도의 연수를 받아야겠다”고 말했다.

나 씨는 3일 뒤 추가 교육이나 연습 없이 바로 도로 주행 시험에 도전했다. 결과는 실격이었다. 무난한 1코스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우회전 코스에서 트럭 뒷바퀴가 인도 보도블록에 부딪힌 것이다. 규정에 따라 불합격 이후 3일 뒤 재시험이 가능하다. 재시험에서 나 씨는 가까스로 합격했다. 방향지시등(깜빡이) 작동이나 기어 중립 등 실수를 연발해 많은 감점이 있었는데도 합격 기준인 70점을 넘겼다. 어렵게 합격한 나 씨는 “6번 이상 도로 주행 시험에서 떨어진 사람도 봤는데 두 번 만에 붙어 다행이다”라며 “시험에 붙긴 했는데 진짜 혼자 운전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나 씨가 다닌 S자동차전문학원 관계자는 “간소화 이후 수강생들을 보면 분명 예전에 비해 운전 숙련도가 떨어진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많이 할수록 느는 게 운전이다. 단순히 면허 취득이 목표가 아닌 안전운전을 위해 운전면허 의무교육 시간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면허 따도 도로 연수 불가피


면허 취득 한 달 뒤 나 씨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번 주 토요일에 도로 연수 나갑니다.”

지난달 6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 앞에서 나 씨를 다시 만났다. 나 씨의 도로연수를 도와주기 위해 나 씨의 외삼촌 추교철 씨(45)가 함께했다. 추 씨의 운전 경력은 25년. 베테랑 운전자에게 비친 초보 운전자 나 씨의 운전 실력은 ‘자격 미달’이었다.

추 씨는 먼저 자신의 차를 차량 통행이 적은 이면도로로 끌고 갔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도로 위에 나 씨가 나서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수영 초보자가 얕은 물에서 먼저 교육을 받듯이 나 씨도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에서 먼저 운전 연습을 시작했다. 대방동주민센터와 숭의여고를 끼고 도는 1.1km의 도로는 나 씨 같은 초보 운전자가 연습하기에 적합했다.

나 씨는 우선 핸들감과 주행 감각을 익혀야 했다. 8시간의 교육과 두 번의 도로 주행 시험 이후 한 달 만에 핸들을 잡은 나 씨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드러났다. 옆에서 나 씨를 살펴보던 추 씨는 “거울 잘 살피고!”라고 외쳤다. 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사이드미러를 확실히 확인하라는 것. 차량을 조작하기에 급급한 나 씨에게 도로 위 다른 차량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정지할 때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아라” “네가 초보인 걸 다 아니까 깜빡이로 다른 운전자에게 네가 갈 방향을 알려줘야 한다” 등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스톱!” 나 씨가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된 차량을 의식해 차를 중앙선 가까이 붙이자 추 씨가 반사적으로 멈추라고 외쳤다. 반대편 차로에서 오는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 지나갔다. 우측의 사각지대를 잘 인식하지 못해 차가 계속 우측으로 붙는다고 지적하자 이번엔 차를 너무 좌측으로 이동시켜 중앙선에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실제 차를 운전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차체에 대한 감각은 물론이고 주행 감각이 모자라 나타난 현상이다. 도로연수를 마친 나 씨는 “아직까지 운전을 할 자신은 없다”며 “틈틈이 삼촌과 함께 도로에 나와서 연습을 반복해야겠다”고 말했다.  
▼ 뉴질랜드에선 연습 6개월-제한면허 18개월… 2년 걸려 정식 운전 ▼

지난달 30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턴의 운전면허시험 센터에서 시험관이 자동차의 브레이크등이 제대로 켜지는지 확인하고 있다. 시험관이 전조등과 핸드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안전점검을 끝내야 본격적인 주행시험이 시작된다. 크라이스트처치=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운전 기술은 정말 좋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큰 잘못을 하다니 실망입니다. 불합격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턴 지역의 ‘운전면허시험(VTNZ·Vehicle Testing New Zealand)’ 센터. 50분에 걸친 시험을 끝내고 나온 챈 양(17)은 시험관의 불합격 통보에 울상을 지었다. 길에서 시동이 꺼진 적도 없고, 정지 신호를 위반하지도 않았다. 뒷좌석에서 챈 양의 운전 실력에 감탄했던 기자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약 1시간 전. VTNZ 센터 대기실에서 시험 순서를 기다리던 챈 양의 이름이 호명됐다. 연습면허증을 확인한 시험관은 밖에 세워진 챈 양의 차로 향했다. 시험관은 자동차 룸미러 크기의 길쭉한 거울을 자신이 앉을 조수석 앞유리에 붙였다. 응시자가 운전할 때 주위를 얼마나 잘 살피는지 확인하는 거울이다. 때로는 카메라를 이용해 동영상을 찍기도 한다. 차 안에서 핸드브레이크를 확인한 시험관은 밖으로 나가 챈 양에게 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을 켜보라고 지시했다. 이런 기본적인 안전점검을 마친 뒤에야 본격적인 운전면허시험이 시작됐다.

“안전한지 확인하고 좌회전하세요.” 센터 앞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T자형 교차로를 만나자 시험관이 지시했다. 챈 양은 왼쪽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면서 고개를 돌려 양옆에 차가 있는지 살폈다. 좌회전한 차는 왕복 4차로 도로의 첫 번째 차로로 진입했다. 챈 양은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앞선 차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규정 속도인 시속 50km로 달렸다.

“주변을 살펴보고 오른쪽 차로로 바꾸세요.” 지시가 떨어지자 챈 양은 다시 깜빡이를 켜고 양옆을 살폈다. 다행히 오른쪽에서 가까이 오는 차가 없었다. “우회전해서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세요.” 차로를 바꾸자마자 다른 지시가 내려졌다. 주변을 살피던 챈 양의 눈에 반대편에 서 있는 차가 보였다. 이 차가 먼저 좌회전해 골목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이곳에서는 우리와 달리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기 때문에 좌회전 차량이 우선이다.

주택가로 들어서자 ‘40’이라고 쓰인 둥근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챈 양은 시속 40km로 속도를 줄였다. 시험관의 지시대로 골목 안으로 좌회전해 들어가자 세 번째 집 앞에 1t 트럭과 승용차가 서 있었다. 두 차량 사이에는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이 있었다. “차를 후진해서 평행주차 하세요.” 챈 양은 왼쪽 깜빡이를 켜고 트럭 옆에 차를 세웠다. 이어 좌우를 살피고 뒤쪽도 안전한지 확인했다. 천천히 후진하면서 핸들을 꺾어 두 차량 사이로 들어갔다. 어려운 평행주차를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해냈다.

3, 4분 간격으로 시험관은 직진 좌회전 우회전 등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센터에서 반경 5km 이내 지역에서 시험은 계속됐다. ‘STOP’(멈춤)이라고 쓰인 빨간 표지판을 보면 챈 양은 꼭 차를 완전히 세웠다가 출발했다.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챈 양도 기자도 불합격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까 운전하면서 공사 지점에 ‘30’ 표시가 된 것을 못 봤나요?” 불합격을 통보한 시험관이 챈 양에게 물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챈 양은 ‘TEMPORARY’(일시 감속) 표지판과 주황색 러버콘이 세워진 도로공사 현장을 여러 번 지나쳤었다. “못 봤어요.” 챈 양이 당황하며 대답하자 시험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몇 년 전 있었던 대지진 여파로 공사하는 곳이 많아요. 공사 지점에서는 꼭 감속해야 하는데 속도를 줄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불합격입니다.” 운전습관 중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정확히 설명 듣는 것을 마지막으로 챈 양의 운전면허시험 도전은 끝났다.

VTNZ 센터에 앞서 운전면허시험을 주관했던 AA(Automobile Association) 센터의 프랜 허스 센터장은 “응시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은 정지신호에 완전히 서지 않는 것과 과속”이라며 “도로가 안전하려면 면허시험이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에 동행한 교통안전공단 김명희 연구원은 “정식면허를 땄을 때 안정되고 숙련된 운전이 가능하도록 2년 동안 교육하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한국도 젊은 운전자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 위해 ‘어렵게, 더 어렵게’

뉴질랜드는 운전면허 따기가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고도 6개월 동안 연습해야 제한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다시 18개월(25세 이상이면 6개월)이 지나야 정식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차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고 대부분 10대 때 시험을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정식면허를 따기까지 꼬박 2년이 걸리는 셈이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면 연습면허를 받는데 여러 제약이 따른다. 자동차의 조수석 앞 유리와 운전석 뒷유리에 연습면허를 뜻하는 노란색 ‘L’ 글씨를 써 붙여야 한다. 정식면허를 딴 지 2년 이상 된 운전자가 항상 동승해야 하고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전할 수 있다. 6개월 후부터 취득할 수 있는 제한면허도 오전 5시∼오후 10시까지만 혼자 운전할 수 있고 오후 10시 이후 오전 5시까지는 숙련된 운전자가 같이 타야 한다.

과거 뉴질랜드 교통청은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제한면허 취득 후 첫 6개월 동안 가장 사고율이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난 이들은 매달 120∼130건의 사고를 냈지만 첫 6개월은 200건이나 됐다. 특히 10대 운전자의 사고가 많았다. 15∼19세 남성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45∼49세 운전자의 7배나 됐다. 15∼19세 여성 운전자의 사고 건수도 45∼49세 운전자의 6배였다.

2010년 뉴질랜드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렇잖아도 까다로운 운전면허 문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30분 남짓이었던 제한면허 시험 주행 시간을 45분으로 늘리고 연습면허 시험 응시 연령을 2011년 8월부터 기존 15세에서 16세로 올리기로 했다. 면허시험 자체도 안전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부모 등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적어도 120시간은 운전 연습을 시키라”고 홍보했다. 크리스 폴리 교통부 상임고문은 “응시 연령을 조정한 이후 10대 운전자의 사고율이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2012년 308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3년 254명으로 줄어들었다. 2000년부터 계속 감소 추세다. 운전면허 응시 연령을 16세로 높이기 직전인 2011년 2분기에 23명에 달하던 15∼24세 교통사고 사상자는 분기당 13명까지 줄었다.



외국은 사고 응급처치 능력도 확인

한국에서는 필기시험과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불합격 없이 한 번에 합격한다면 이틀이면 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호주에서 정식면허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무려 4년이다. 호주에서도 뉴질랜드와 비슷하게 연습면허(12개월)와 임시면허(36개월) 기간을 모두 거쳐야 한다.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관찰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에서는 시험에 합격해도 2년간 임시면허로 운전해야 한다. 임시면허 소지자가 법규를 위반하면 한국 돈으로 30만 원의 높은 벌금을 물린다. 또다시 위반하면 임시면허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프랑스도 시험 합격 후 3년간 임시면허를 주고 사고나 범칙행위가 없었던 사람에게만 정식면허를 발급한다.

면허를 따기 전 꼭 이수해야 하는 교육 시간도 길다. 호주는 120시간을 채워야 응시할 수 있고 독일은 72시간, 일본은 학원에서 교육받는 경우 57시간을 꼬박 채워야 한다. 영국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육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면허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워낙 어려워 공인강사에게 평균 30∼35시간을 교육받고 시험장에 간다.

각양각색의 도로 상황을 교육하고 시험을 보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히 야간주행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나라가 많다. 호주는 20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0시간 동안 야간주행 교육을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일반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주간 4시간, 야간 3시간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운전 능력과 습관뿐 아니라 사고 때 적절한 조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곳도 있다. 독일은 교통사고 응급조치 교육을 8시간 받아야 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실기시험을 치르기 전 감독관이 차량 안전에 관한 내용을 직접 묻고 틀리면 감점한다.

권오혁 hyuk@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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