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612쪽·1만5000원·황금가지

독서 초반엔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가 좀 어긋난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추리소설의 얼개를 따르지만 셜록 홈스나 에르퀼 푸아로처럼 속도감 있고 드라마틱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니다. ‘스티븐 킹’표 추리소설의 특징은 ‘상황 묘사’다. 앞선 공포소설에서 두렵고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황하게 느껴질 정도의 상세하고 꼼꼼한 설명이 추리소설에도 그대로 쓰인다.
취업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향해 메르세데스 자동차가 돌진한다. 아기를 포함해 8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도망친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로 남는다. 담당 형사였던 호지스는 은퇴한 뒤 범인으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는다. 편지글을 통해 형사를 약 올리고 자극하는 범인, 범인이 훔쳐 탔던 메르세데스 자동차의 차주 가족을 찾으면서 다시금 사건 해결에 나서는 호지스. 탐정과 범인이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조금씩 높이고 미녀가 등장해서 탐정과 애정을 나누는 설정은 ‘몰타의 매’ 같은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연상시킨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혀가는 전형적인 탐정의 추리 대신에 작가는 초반부터 범인을 드러내고 그의 가정사를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탐정과의 심리 싸움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스티븐 킹 추리소설’이 다른 탐정소설들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영미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에드거 앨런 포’ 상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인 영국추리작가협회상(CWA) 후보에도 올랐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