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국정원 조사, 北과 해외 해커에 웃음거리 안 되도록

입력 | 2015-07-27 00:00:00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 RCS로 내국인을 불법 사찰했는지를 가리는 국회의 진상 조사가 오늘 시작된다. 국정원은 자살한 직원 임모 씨가 삭제한 자료를 100% 복원해 오늘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국정원이 로그파일(사용기록) 원본을 제출할지, 보고용 자료로 설명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임 씨가 유서에서 ‘대테러 대북공작활동에 지원했던 오해를 일으킨 자료’라고 표현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오늘 정보위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국방위, 안전행정위 등 유관 상임위 4곳을 가동하기로 한 만큼 국정원 해킹 의혹의 진상이 상당 부분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조사를 사실상의 청문회로 간주하고 철저한 규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 부풀리기는 곤란하다며 맞선다. 과거 4대강 사업과 국정원 댓글 등 정치적 의혹을 다룬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가 번번이 정쟁으로 흐르다 별 소득 없이 끝난 일이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 국정원은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33개 자료의 제출을 모두 거부했으나 국가기밀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국가이익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국정원 해킹을 탐지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 개발을 국내 정보기술(IT) 보안업체 10곳에 부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정보기관을 잠재적인 불법 해커집단으로 간주해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국민 불안만 증폭시킬 뿐이다.

한국을 겨냥해 하루 100만 건 이상 이뤄지는 해킹은 상당수가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북한 해커들의 수법도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 인력과 시스템은 크게 취약하다. 사이버안보비서관을 신설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있는 국정원 가운데 어느 쪽이 사령탑인지를 놓고도 정부 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사이버테러 방지법, 사이버 교전규칙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북한과 해외 해커들은 국회의 이번 조사를 주시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이 사이버 공격에 얼마나 취약하고, 허점이 어디인지를 노출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