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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개발 노하우 다른나라에 전할것”

입력 | 2015-07-27 03:00:00

매일 먹을것 고민하던 마을서 성인병 걱정하는 마을로…
오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 취임연설 ‘두마을 이야기’ 화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직을 수임하게 돼 영광입니다. 제 소감과 각오를 두 개의 마을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60·사진)는 24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ECOSOC 조직회의에서 한국인 최초로 의장(임기 1년·내년 7월까지)으로 선출된 직후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54개 이사국으로 구성된 ECOSOC는 총회, 안전보장이사회, 사무국, 국제사법재판소, 신탁통치이사회와 함께 유엔의 6대 핵심 기관으로 꼽히며 유엔의 경제 사회 개발 이슈를 총괄한다.

오 대사는 “A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매일 어떻게 가족이 먹을 음식을 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주변에 아는 의사가 있는지 찾아 나선다. 건강보험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비를 부담할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B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고기나 지방을 과다 섭취해 성인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자녀들에게 국내든, 해외든 최고의 교육 기회를 주려고 애를 쓴다. 누가 아프면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넘더라도 최고의 의사가 어디 있는지 찾는다”고 했다.

“저는 A, B 두 마을 모두에서 직접 살아 봤습니다. A에서 B로 이주한 것이 아니라, 제가 살던 곳(한국)이 A에서 B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을 흔히 ‘개발(development)’이라고 합니다. B 마을 사람들이 A 마을 사람들보다 반드시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난을 겪으며 알게 된 명제는 배고픈 상태에서 행복하기가 더 어렵다는 겁니다. 내 자식이 아픈데도 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때 사회에 고마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오 대사는 “내 나라가 경험한 변화(개발)는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ECOSOC의 과제는 (한국 같은)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