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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염희진]마이 리틀 스타

입력 | 2015-07-27 03:00:00


염희진 문화부 기자

이달 1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게임 BJ(개인방송운영자) ‘대도서관’의 첫 팬미팅이 열렸다.

330명을 모집하는데 5000명이 넘게 몰려 이 행사를 주최한 CJ E&M은 인터넷을 통해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원자들은 언제부터 대도서관의 팬이었고, 팬미팅에 왜 오고 싶은지 두 가지 질문에 답을 적었다. 이 팬미팅 현장은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인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대도서관’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100만 명 이상의 고정 팬을 확보한 1인 창작자다. 군 제대 후 인터넷 강의 업체에서 e러닝 기획을 맡았지만 고졸이라는 꼬리표 탓에 승진이 쉽지 않았다. 회사를 나온 그는 자신의 골방에서 게임 캐릭터들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동영상을 찍어 올려 팬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간단한 편집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1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콘텐츠를 플랫폼에 띄우면 광고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자 대도서관처럼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와 그에 걸맞은 수입을 거두는 1인 창작자가 늘고 있다. 미국인 셰이 칼 버틀러 씨는 가족의 신변잡기를 비디오로 찍어 올려 유명해진 후 메이커 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창업했고 이 회사는 올 3월 월트디즈니에 1조 원에 인수됐다.

이들이 주제로 삼는 콘텐츠는 거창한 게 아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따라하기 메이크업을 보여주거나(씬님), 15분 만에 짬뽕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주고(소프), 자신의 딸 예린이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보배파파) 식이다. 요즘엔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만 모은 영상이나 장난감 포장을 푸는 ‘언박싱(unboxing)’ 영상이 뜨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해도 꾸준하게 이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면 직업이 될 수 있다. ‘창직(創職)’의 대표 사례라고 할 만하다.

대도서관에게 사람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예능프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김구라와 백종원의 차이를 되물었다. 방송을 보니 김구라는 출연자와 얘기하는 비중이 높았던 반면 백종원은 모니터 채팅창에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들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짜인 각본에 따르는 출연자의 모습을 수동적으로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적어도 1인 방송에서 출연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주체, 즉 유저(User·사용자)로 거듭난다.

라디오는 DJ(디스크자키)를, 영화는 배우를, 텔레비전은 연예인이라는 스타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 5년간 20배 높아지며 필수 매체로 자리 잡자 현대인에게도 새로운 개념의 스타가 필요해졌다. 그 빈자리를 자신만의 콘텐츠와 소통능력으로 무장한 1인 창작자가 채워가고 있다. 1인 창작자들이 팬과의 소통능력을 중요한 성공 비결로 꼽은 걸 뒤집어 보면 그동안 대중이 무엇을 절실히 원했는지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의 스타는 대중의 사랑만 먹고살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염희진 문화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