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사망자 위령비 앞에는 각종 피해 자료들을 모아놓은 평화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라도 희생자의 유골과 건물 잔해들을 보면 원폭의 가공할 위력과 전쟁의 참상에 말을 잃게 된다. 하지만 기념관에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과 반성을 찾을 수는 없다.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로받아야 할 피해자다.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희생된 한국인에 대한 언급도 없다.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에 국경이 있을 수 없는데도 일본의 피폭 기억은 인류 보편의 시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국인 위령비는 공원 외부에 세워졌다가 29년이 지난 1999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2011년 고려대와 와세다대 학생들이 위령비 옆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한국 오엽송을 심었으나 이 또한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 4월 16일 밤중에 나무가 사라졌다. 우익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학생들은 올해 8월 5일 선배들이 기념식수를 한 그 자리에 1m 크기의 오엽송을 다시 심을 예정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