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대전대 군사학과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군가 ‘멸공의 횃불’)
오전 6시 반. 대전대 운동장은 이 대학 군사학과 200여 명이 우렁차게 부르는 ‘진짜사나이’ ‘전선을 간다’ ‘팔도사나이’ ‘전우’ 등의 군가소리에 파묻힌다. 학생들은 오전 7시 반까지 3km를 구보한 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 체력단련에 몰입한다. 학생들의 동작 하나하나엔 전국 최초, 최강, 최고의 군사학과에 다닌다는 자긍심이 가득하다. 21세기 안보환경과 미래 전장 환경이 요구하는 전문 직업 장교와 군사전문가의 꿈을 키워가는 대전대 군사학과의 아침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대전대 군사학과는 2004년 육군과 학군협약으로 만든 최초의 ‘민간사관학교’이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동안 이룬 성과도 빼어나다. 배태랑 씨(1기)가 최우수 중대장에게 주는 재구상을, 박범수 씨(1기)가 최우수 소대장에게 주는 동춘상을 받았다. 4기 강남규 씨는 2011년 임관한 전국 4300여 명의 학군 장교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얻어 학군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군사학과 졸업 여학생은 전원 장교로 합격해 임관했으며, 2013년에는 전국 대학 중 최다인 16명의 여학생이 학군단(ROTC)에 합격하기도 했다.
박용현 학과장은 “기숙사 생활의 원칙은 자율을 주되 책임을 철저히 묻는 식이다.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기숙사 생활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학과만의 ‘군장학생 해임 및 제적심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학점이 3.0 미만이거나 매 학년 학기 졸업인증 요건 5개(텝스 전산 한자 태권도 체력) 중 3개를 충족하지 못한 학생, 동료간 상호적성평가에서 하위 10%인 학생이 제적심의 대상이다. 3회 이상 제적심의에 불려 가면 제적된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울리는 전화 벨소리가 심상찮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학기 제적심의 대상자의 부모에게서 온 전화다. 대학 새내기가 대부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내기 65명 중 20명이 제적심의 대상자란다.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자퇴할래, 국가의 인재가 될래’라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박 교수는 “입시 지옥에서 풀려나 대학 생활을 맘껏 즐기려던 학생들은 한번쯤 통과의례(?)를 치른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제적심의 대상자는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군사학과의 훈(訓)인 자율 창조 헌신의 의미를 깨우치며 전문 직업 장교로서의 정신을 함양한다”고 덧붙였다.
군사학과생들의 하루를 좀더 들여다보자. 오전 9시~오후 5시까지는 여느 학생들처럼 교양, 전공, 복수전공 수업을 듣는다.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50분까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자신이 부족한 분야를 보충하거나 각종 자격증 공부를 한다. 이후 자유시간인 오후 11시 반까지 동료들과 동아리활동을 하거나 야식을 먹는 등 꿀맛 같은 시간을 함께한다. 아 참, 군사학과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 하나. 학생 누구나 ‘복수 전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1전공 군사학(66학점)에 제2전공은 자신이 희망하는 일반학(36학점) 등 2개 학위를 취득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이 가고 싶은 병과(兵科)의 전문지식을 쌓는 동시에 장기복무 선발에 떨어지거나 복무 중 군인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때 사회에 나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미리 익혀두기 위함이다. 학생들의 미래까지도 배려한 원모심려(遠謀深慮)가 배어있는 제도다.
하은규 씨(3학년)는 “컴퓨터 보안에 관심이 많아 이공계열로 가려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군사학과로 오게 됐다. 최고의 군사학과에서 복수전공을 통해 원하던 공부까지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 정보보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며 만족해했다.
대전대 군사학과의 2014년 졸업 선서식 모습. 이 학과는 매년 2월 20일을 전후해 별도 행사를 연다. 고기원 군이 총장상을 수상했다.
또 있다. 학교에서는 학과와 학군단 생활과는 별도로 매학기 교양서적 2종 10권과 군사서적 2종 10권씩을 읽은 뒤 독후감을 쓰도록 한다. 일기도 써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휘나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는 군 생활에서 보고서나 문서작성을 할 때 장교로서의 능력과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보탬이 된다.
인상적인 교과목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학생들은 “교수님들의 강의가 모두 좋지만…”이라면서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과목을 꼽았다. 여자 공군 장군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선민 씨(3학년)는 박용현 교수의 ‘국가안전보장론’과 엄정호 교수의 ‘군사와 과학기술’을 꼽았다. 그는 “특히 ‘군사와 과학기술’ 과목은 군사부분에 과학을 접목해 알려주는 것 외에 네 번의 과제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미래전 전장 환경을 예측하여 사용될 무기체계를 설명하고 적용되는 과학기술을 설명하시오’와 같은 과제를 통해 군사 과학 기술의 많을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김미영 씨(4학년)는 “김기훈 교수의 ‘군사교육학’이 장교로서 갖춰야 할 지휘관, 관리자로서의 자질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줘 유익했다”고 밝혔다.
대전대 군사학과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 전 학위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군사학 박사과정을 둔 곳은 대전대와 국방대 2곳뿐이다(특수대학원 제외). 2008년 박사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16명의 군사학 박사를 배출했다. 대학 교수진 역시 쟁쟁하다. 전임 교수 6명, 객원교수 1명, 대우교수 2명 등 9명이다. 모두 우리 군에서 대령 이상을 지냈다. 최북진 교수(예비역 소장·군사사상, 군사이론), 김정기 교수(예비역 대령·국방정책론), 박용현 교수(예비역 대령·군리더십, 국가안전보장론) 등이다.
장학금은 풍부하다. 남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4년 등록금 전액을 받는 육군 군장학생이 된다. 여학생은 수능 성적이 2등급 이내일 때 4년 등록금 전액을, 3등급 이내면 4년 등록금의 절반을 받는다. 이 밖에 유송 안보장학금, 이필중 장학금, 군사학과 장학금 등이 있다. 학생 1인당 장학금은 남학생이 학기당 평균 400만-500만 원, 여학생은 학기당 200만-300만 원이나 된다. 이들은 졸업하자마자 전원 장교로 임관한다. 남자는 장기복무의 전문직업장교로, 여자는 장기복무를 하거나 일부는 3년 복무 후 사회에 진출한다. 남자는 육군과의 협약으로 육군에 가야 하지만 여자는 육해공군 모두 지원할 수 있다.
군사학과 1학년생 65명이 지난해 6월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이 학과는 해마다 학생들에게 호국정신과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해외 연수를 하고 있다.
이들의 입학성적은 어떨까. 수시 평균 4등급, 정시 3.9등급이다. 수능 성적 3개영역 합이 14.7등급 미만자는 불합격 처리한다. 신입생 선발은 육군과 공동으로 하는데 장교 임관에 결격사유가 있는 학생은 선발에서 제외한다. 2015학년도 신입생은 수시 37명(남 30명, 여 7명), 정시 28명(남 20명, 여 8명)으로 모두 65명을 선발했다.
대전=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