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선수 결탁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로 한동안 퍼시픽리그 관중 외면 몸살
‘검은 안개’ 사건으로 불리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승부조작 스캔들은 1969년 발생했다. 무려 19명의 선수들이 범죄조직 야쿠자와 결탁해 프로야구와 다른 스포츠의 승부조작에 개입해 징계를 받았다. 6명이 영구제명, 3명이 사실상의 영구제명, 10명이 무기한∼1개월의 출장정지 및 감봉을 당했다. 또 퍼시픽리그의 인기구단이던 니시데쓰는 주력 선수들의 대량 징계와 대중의 외면 속에 팀을 매각했다.
이 사건은 외국인선수의 제보로 드러났다. “우리 팀 동료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을 한다”는 제보를 받은 스포츠전문지 호치신문의 기자가 조사에 나서서 승부조작의 단서를 찾아냈다. 자매회사 요미우리 사회부와 특별팀을 만들어 취재한 결과 야쿠자가 프로야구 승부를 조작했고, 니시데쓰 투수 나가야쓰 마사유키가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도 이후 나가야쓰는 자취를 감췄다. 이후 야쿠자가 구단을 협박해 나가야쓰의 도피자금을 뜯어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구단이 리그 사무국에 소속 선수의 영구제명을 요청했다.
이런 와중에 요미우리 코치 후지타 모토시가 중의원선거 때 야쿠자와 함께 선거운동에 참가하고, 자신의 사업체에 문제가 생기자 야쿠자를 동원한 것이 발각됐다. 의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는 등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곪았던 부위는 여기저기서 터졌다. 오토바이 레이스에서 위법행위로 체포된 선수가 “프로야구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주니치의 다나카 쓰토무, 다이요의 다카야마 이사오가 야쿠자와 함께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 불법 사례는 쉬지 않고 튀어나왔다. 주니치 에이스 오가와 겐타로도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도에이의 다나카 미쓰구와 모리야스 도시야키도 범죄 사실이 공표됐다. 긴데쓰의 구단 직원과 한신의 내야수 기쓰라기 유타카도 잡혀 들어갔다. 전방위로 터진 프로야구선수들의 도덕 불감증에 비난 여론은 들끓었다.
이 스캔들로 퍼시픽리그는 한참 동안 관중의 외면을 받았다. 일본프로야구는 이후 선수들과 야쿠자의 접촉을 막기 위해 전직 형사 출신의 비밀구단직원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선수가 누구와 만나는지 은밀히 감시하고 있다. 평소 선수를 좋아하는 팬이나 후원자의 얼굴로 접근해 물량공세로 환심을 사는 스폰서는 결국 선수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검은 안개 사건’도 출발은 스폰서와의 사소한 식사 또는 술자리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