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의원 ‘무허가 제품’ 주입… 경찰 수사 착수
서울 강남경찰서는 가슴 확대 수술을 할 때 무허가 필러 제품을 사용한 혐의로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진료를 하는 의원 A 원장을 수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원장은 지난달 18일 윤모 씨(27·여)의 가슴에 무허가 필러 제품을 주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윤 씨는 “의사가 수술 제품과 부작용 등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성형 코디네이터, 일명 ‘상담실장’의 상담만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며 “수면마취를 했지만 병원 측은 이 시술 동의서는 물론이고 수술 동의서조차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전문 성형외과라면 대부분 필러를 가슴 확대 수술에 사용하지 않는다. 전문의들은 “안전성이 입증된 실리콘 젤을 주로 가슴 확대에 사용한다”며 “검증된 필러를 쓴다 해도 수술비가 3000여만 원까지 급격히 올라가는 탓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술 이후 윤 씨는 ‘가슴 성형의 적’이라고 불리는 구형구축(삽입물 주변이 딱딱해지는 부작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가슴 모양이 변형되고 경직으로 인한 고통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 측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만 허가가 나지 않았을 뿐 유럽에서 다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판사 앞에서 보자”는 식으로 반박하고 있다.
필러 부작용이 속출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성형용 필러 안전 사용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식약처는 이 안내서에서 ‘가슴이나 엉덩이, 종아리 볼륨 확대를 위한 필러 사용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형용 필러 부작용으로 염증, 피부 괴사, 통증, 시력 감소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혈관이 많이 분포된 부위에 시술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의료 현장에서 병원들이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사례는 드물다. 의료법상 의사의 판단에 의한 의료행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허가한 제품을 사용하면 허가되지 않은 부위에 필러 시술을 해도 불법은 아닌 것이다.
황규석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특임이사는 “주사기만 있으면 쉽게 필러 시술을 할 수 있어 사용하지 말아야 할 부위에까지 무분별하게 쓰는 사례가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감행하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으니 수술 받기 전 꼼꼼하게 자신이 받을 수술을 점검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