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영진 작가
그의 작품 ‘접촉(Contact)’(그림 2014-2015년)은 개관전 전체의 제목이기도 하다. 칠흑같이 어두운 큰 방을 하나의 노란색 빛줄기가 가로지른다. 주위를 둘러싼 거울 벽들이 이 빛줄기를 반사시켜 선을 원으로 연결시키고, 또다시 공간으로 확장해 빛의 수평선을 이룬 것이다. 반면 약간 경사진 바닥은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하다. 관람자들은 마치 우주공간 속 소행성에서 부유하는 느낌을 갖는다. 이 침묵의 공간에서 개인은 자신의 존재도 잊은 채 명상으로 빠져든다.
이 작품은 2003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바인 홀에 설치했던 ‘날씨 프로젝트’와 같이 자연 및 우주의 신비를 연출해 낸 작업이다. 당시 그는 거대한 인공 태양을 만들어 관람자들을 정신적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빛과 색채의 변화, 기하학적 형태와 반영의 표면효과를 실험하는 과학적이며 공학적인 그의 작업은 우리의 감각과 지각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나이가 들면 비로소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보편적이고 궁극적 아름다움은 그대로의 자연이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과학을 동원한 설치작업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것은 결국 다시금 자연인 것이다.
전영백 홍익대 예술학과(미술사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