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생들, ‘완벽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자살하는 사례 증가 고교 시절엔 ‘10종 경기 금메달리스트’ 같은 만능 학생들 대학 진학 후 극심한 불안과 우울증 ‘힘들어도 쿨(cool)한 척 하는’ 오리 신드롬 극복하자는 운동 활발
“고교 시절엔 성적 운동 교우관계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해 마치 ‘올림픽 10종 경기 금메달리스트’ 같았던 최우수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이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불안과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음달 2일 교육 섹션 지면에 게재할 이런 내용의 ‘캠퍼스 자살-완벽에 대한 압박감’이란 기사를 28일 인터넷판에 먼저 소개했다. 대학 상담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고교 시절 ‘올 에이’만 받던 학생들은 B학점만 하나 받아도 좌절한다. 잠시 ‘실망’할 일에 대해서도 인생 전체가 ‘실패’했다고 느끼곤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지역의 8대 명문대) 중 하나인 펜실베니아대는 지난해 1학년생 매디슨 홀러랜이 주차장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홀러랜은 육상팀 스타이자 모델 같은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학생이기 때문이다. 훌러랜의 언니는 “그래도 동생은 다른 친구들보다 인기가 없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대학 상담센터들의 조사 결과 상담 받은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고 그 비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15~24세 인구 중 자살하는 사람도 2007년 10만 명당 9.6명에서 2013년 11.1명으로 늘었다.
펜실베니아대는 훌러랜 자살 사건 이후 교내 상담 핫라인을 구축했고 올 가을부터 같은 처지의 학생들끼리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는 ‘동료 상담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학생들 내부에서도 “속으로는 너무 힘들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명문대생 특유의 (위선적) 행태를 걷어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태도를 펜실베니아대에서 ‘펜 페이스(Penn Face·어렵고 힘들어도 늘 행복한 표정을 억지로 하는 것)’라고 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물 위에선 우아하지만 물 밑에서 정신없이 물갈퀴질 하는 상태)’이라고 한다. ‘어글리 셀피(못난 셀프카메라 사진)’ 운동도 비슷한 맥락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멋진 모습만 올리는 것도 ‘완벽에 대한 압박감’을 부추기는 만큼 이에 저항하자는 노력의 하나인 셈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