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創農이 일자리 큰밭]<1>귀농에서 창조농업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흑돼지를 기르는 이연재 씨(왼쪽 사진 앞)가 남편 장훈 씨와 함께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충남 천안시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함승종 씨(오른쪽 사진)에게 블루베리는 자식 같은 작물이다. 함 씨가 잘 익은 블루베리 열매를 보이고 있다. 천안=김경제 기자kjk5873@donga.com·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제공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존 임원들이 구조조정 당하는 모습을 보며 평생직장이란 게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은퇴 후를 그려 보게 됐고 농촌에서 희망을 발견했지요.”
함 씨가 농촌행을 결심한 것은 51세 때인 2001년. 처음 농사를 지어 보는 함 씨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프로였지만 농사에 대해서는 생초보였다. 그는 ‘수익성 높은 작물을 재배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있는 지인들에게 작물을 추천받았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이뤄진 곳에서 많이 팔리는 작물이라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지인들이 함 대표에게 공통적으로 추천한 작물은 바로 블루베리였다.
함 씨는 무작정 블루베리의 원산지 중 하나인 미국을 찾아갔다. 당시 블루베리는 미국에서 ‘달러 트리(나무)’라 부를 정도로 수익성이 높았다. 함 씨는 뉴저지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재미교포의 농장과 대표적인 블루베리 산지인 미시간 주의 70년 된 블루베리 농장을 방문해 공부를 시작했다.
함 씨는 현재 블루베리 농사 1세대로 통한다. 1년에 두 명 정도 지금까지 20명의 청·장년 귀농 희망자가 그의 농장에서 블루베리 재배 방법을 배워 갔다. 첫 수확량은 300kg 정도였지만 10년 뒤인 올해는 100배인 30t을 수확했다. 처음 2만6446m²로 시작했던 재배지도 현재 8만2644m²까지 늘어났다.
“저는 50세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꿈과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철저히 준비한다면 창농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습니다.”
함 대표의 말처럼 농촌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한 청년 경영인도 나오고 있다.
“유기농 채소처럼 가축도 건강히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귀농을 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29세까지 포토그래퍼로 일하던 이 씨는 귀농을 결심한 뒤 자연 양돈 농가를 찾아다니고 축협에서 여는 돼지 종자 강의를 들으며 관련 지식을 쌓았다. 어릴 때부터 시골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던 남편도 이 씨의 뜻에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바로 그만두지 않았다. 이 씨는 “젊은 부부의 경우 귀농을 결정함과 동시에 둘 다 직장을 그만두는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한 사람이 먼저 농촌으로 내려간 뒤 소규모로 일을 시작하고 배우자는 그 기간에 직장을 다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돼지의 분뇨를 비료로 이용해 사료를 재배하고 이것을 다시 돼지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법’으로 돼지를 키운다. 이 씨는 “처음에는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돼지를 기존 농가처럼 가축 직판장에다 팔아서는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씨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블로그에는 부부가 함께 돼지를 키우는 사진과 영상 등을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먹거리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여 줬다. 이 씨의 흑돼지는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직거래가 점차 늘어났다. 현재 그는 흑돼지 60마리를 키우며 연소득 4000만 원을 올리고 있다.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 총장은 “이제는 ‘농사’가 아니라 ‘농업’의 관점에서 창농을 생각해야 한다”며 “농업도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경영자의 눈으로 접근한다면 청·장년층 모두에게 성공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