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수 확대 - 권역별비례 도입 논란 정치권 “한국, 비례대표 비율 최저”… 전문가 “대표성-전문성 검증 부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는 26일 5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54명인 비례대표를 123명으로 늘려 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은 “국회의원 세비를 줄이더라도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해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급을 적게 받아도 의원 수를 늘려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혼합하고 있는 곳은 6개국. 이 중 한국의 비례대표 비율은 18%로 뉴질랜드(41.6%), 헝가리(47.7%), 독일(50%), 멕시코(40%), 일본(37.5%)에 비해 낮다.
그러나 국내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회의원들의 비례대표 확대가 사실상 그들의 ‘밥그릇 키우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외면한 채 ‘국회의원이 늘어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각 당은 그동안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결집을 위해 시민단체 관계자를 영입하거나 당 대표 등 지도부의 정치적 득실에 따른 ‘발탁’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3년 전인 2012년 19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명부 확정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비례대표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추천심사위원장이었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장)는 “당시 여야 모두 명부 마감 시한을 10일 안팎으로 남긴 상태에서 비례대표 심사 작업에 착수했다”며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뽑는 절차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진행하는 건 (부실 검증 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례대표의 규모 확대를 논의하기 이전에 여야가 지금부터라도 비례대표 추천위원회 등을 운영해 엄격한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뽑는 혼합형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의 경우 각 정당이 비례대표를 선정하는 기준을 ‘전문성’과 ‘당에 대한 기여도’로 정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