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버거’ 15년 명물 고급화 밀려 문닫아
셔터를 내린 영철버거 본점.
‘고려대 명물’로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던 영철버거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이달 초 가게 문을 닫은 것이다. 대표 이영철 씨(47)가 2000년 리어카 노점에서 처음 햄버거를 만든 지 15년 만이다.
이 씨는 단돈 1000원짜리 길거리 햄버거를 앞세워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해 영철버거를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시켰다. 한때 가맹점이 80개까지 늘어나면서 ‘노점 신화’의 상징으로 불렸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라는 학력과 가난을 이겨낸 사업가로 주목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나중에는 사업의 기반이 된 고려대 측에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는 등 나눔과 기부도 꾸준히 실천했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과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려대생 곽혜윤 씨(26·여)는 “영철버거 사장님이 학교에 기부도 하고 축제 때마다 먹을 것도 챙겨주는 등 학교에 애정이 많았는데 (폐업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업 전략의 실패가 초래한 불가피한 결과라는 의견도 나왔다. 고려대생 이모 씨(25·경제학과 4학년)는 “영철버거의 가격이 오르면서 학생들이 별로 찾지 않게 됐다”며 “비슷한 먹을거리가 많이 생긴 상황에서 학생들의 취향을 잘 맞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도태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안암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작은 상권에 비슷한 가게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인근 자영업자들이 모두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영철버거까지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말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