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주인이 있는 곳까지 날아와 자동으로 몸에 착용되는 아이언맨 슈트뿐만 아니라 적과 자유자재로 전투가 가능한 로봇도 만든다. 인간을 대신해 적과 싸우는 로봇이 공상과학영화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미국 국방부가 로봇제작사와 공동 개발한 ‘빅 도그(Big Dog)’ 로봇은 이름처럼 네 발로 무거운 짐을 싣고 험준한 지형을 오르내리며 정찰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스스로 판단해 목표물을 추적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킬러로봇이라고 한다. 이런 로봇이 미국 이스라엘 영국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개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로봇 전문가가 킬러로봇이 현장에 투입된 사례로 비무장지대(DMZ)를 들어 화제를 모았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이 정찰용 로봇은 4개의 감시카메라로 움직이는 물체를 식별하며 공격무기도 탑재했다고 한다.
▷킬러로봇은 암살, 국가 전복 등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장병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최적화 무기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아이와 군인을 식별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라는 반대도 만만치 않다. 킬러로봇이 테러분자나 독재자 등에게 넘어갈 경우 대학살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AI를 가진 주인공 로봇이 인간을 이해해 가는 존재로 그려진 것은 영화니까 가능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이자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설립자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적 학자 사업가 철학자 1000여 명이 킬러로봇의 개발 금지를 촉구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에서 만든 로봇 3원칙은 첫째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둘째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셋째 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킬러로봇을 만들어놓고 로봇의 윤리를 고민하고 있으니 역설적이다. 문제는 로봇의 윤리가 아니라 사람의 윤리가 아닐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