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화집 ‘자꾸 생각나’ 펴낸 송아람 작가
거울 위에 ‘자꾸 생각나’ 여주인공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송아람 작가. 그는 “남성적 스타일의 남자 주인공 모델은 남편의 총각 시절이다. 그런데 결혼해 살아보니 썩 남성적이지 않더라. 데이트할 때 늘 술에 취해버려서 성격 파악을 못 했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생계를 위해 학습만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마음이 지칠 때마다 연필로 수첩에 끼적인 만화를 블로그에 올렸다. 마음에 쌓인 걸 취중에 말로 하소연하고 다니니 스스로 너무 없어 보인다 싶어서 ‘누가 본들 무슨 상관이냐, 내 한풀이다’ 하고 시작했다.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솔직하고 직설적이라 좋다’ 칭찬해줬다. 버릇처럼 자신을 비하하고, 기분 나쁜 말에 바로 반박할 용기는 없으면서 오래 담아두는 장미래. 그냥 바로 나다.”
―‘책 내지 못한 작가’의 콤플렉스는 이제 털어냈나.
“젊은 나이에 책 낸 작가들이 너무 부러웠다. 만화가들 모임에서 무신경하게 ‘네 작업 책으로 내 봐’라고 던지는 얘기가 가슴에 콱콱 박혔다. 만화 내용처럼 블로그를 통해 채팅으로 남편을 알게 됐다. 그와 함께 활동하는 작가들을 만나보니 ‘아니, 다들 나보다 돈은 못 벌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자유롭고 자존감이 높나’ 의아하면서도 멋져 보였다. 남편이 내 콤플렉스를 알아채고 잡지 연재를 제안해 문을 열어줬다. 한때는 ‘왜 20대 때 그렇게 아무 일이나 막 했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차곡차곡 결핍을 쌓아온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러 시점이 섞인 캐릭터다. 남편이 재작년까지 소규모 출판 일을 했다. 사장 부인으로 나오는 ‘송 이사’는 내 미래 모습이다. 부부로 계속 함께 산다면 아마 그렇게, 안 팔리는 책을 근근이 내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차기작은?
“10대 때 억압됐던 감정에 대한 얘기다. 상처를 털어내고자 하는 욕망은 없다. 토로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 얘기를 하고 싶다. ‘자꾸 생각나’처럼 긴 연재는 처음이었는데 도중에 성장하는 경험이 흥미로웠다. 고백하고 싶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고백은 금방 쏟아져 나와 버리더라. 남는 건 그 고백을 계기로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이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