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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 등 1급 신라유물 600점 출동

입력 | 2015-07-29 03:00:00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의 황금문화’ 특별전




아라비아 왕자가 차고 다녔을 것 같은 황금 보검(寶劍)이 눈부시게 빛난다. 수많은 금 알갱이들로 칼의 테두리를 세밀하게 장식한 모습은 신라 금귀고리에서 보이는 누금세공(鏤金細工)을 연상케 한다. 금으로 만든 칼집의 상단에는 태극 문양의 빨간색 석류석이 박혀 있어 이국미를 더한다. 하단은 타원형의 유리를 씌운 흔적이 뚜렷하다.

1973년 경북 경주시 계림로 14호 무덤에서 발견된 일명 ‘계림로 보검’(보물 제635호·사진)은 신라가 글로벌 사회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것과 흡사한 보검이 카자흐스탄 보로보예에서도 출토됐다. 학계는 계림로 보검이 중앙아시아나 흑해 연안에서 만들어진 뒤 신라까지 흘러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넘나드는 문명 교류의 발자취로 이처럼 이국적인 양식의 신라 유물은 계림로 보검이 유일하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최근 개최한 ‘신라의 황금문화와 불교미술’ 특별전은 신라 왕도(王都)에서 열린 전시회답게 1급 신라 유물들이 총출동했다. 계림로 보검을 비롯해 금동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 금관총 금관(국보 제87호), 보문동 합장분 금귀고리(국보 제90호) 등 신라 문화재 600여 점(국가지정문화재 30점 포함)을 대거 선보인다. 이 중 금동 반가사유상은 경주에서 처음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방대한 작품 수만큼이나 신라의 대외교류와 종교상, 장례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의 국호가 유래한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덕업이 날로 새롭고 사방을 망라하다)’이 상징하듯 신라의 개방성을 현대적으로 조명한 전시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3부 대외교류 섹션에서 부리부리한 서역인의 얼굴을 닮은 무인석상은 계림로 보검과 황남대총 봉수형 유리병, 식리총 금동 신발과 더불어 신라의 활발한 대외교류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4∼6세기 신라의 황금 유물과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이 북방 초원지대에서 비롯됐다는 학설이 나오는 등 신라 문화의 글로벌 역동성을 짐작할 수 있다. 11월 1일까지. 054-740-7535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