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에 이례적 요청
법원이 정직 처분 중에 재판에 출석해 소송업무를 진행한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변호사단체에 요청했다. 징계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징계 자체가 무력화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이달 15일 대한변협에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A 변호사(43)가 정직 기간에 가정법원 사건의 심문기일에 출석하는 등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발견하고 28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변호사법은 지방검찰청 검사장과 지방변호사회장이 변호사 징계 개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원이 변호사단체에 징계를 요청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A 변호사는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변협에서 5월 15일부터 6월 14일까지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변협에 따르면 A 변호사는 의뢰인의 사건을 수임한 뒤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의뢰인에게 1300만 원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의뢰인의 임대료 청구소송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일부 수임료를 돌려주기로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올해 대한변협의 변호사 징계 건수는 현재까지 21건이었으나 대부분 과태료였고 정직은 4건에 불과했다. 변호사단체 임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직 기간에 변호사 활동을 하는지 관리할 방법이 없다”며 “이에 관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건수는 2010년 40건, 2011년 45건, 2012년 21건, 2013년 25건, 지난해 56건이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A 변호사는 다시 징계 처분을 받거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